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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의회 쓰레기 치우던 앤디 김, 한국계 첫 美 상원의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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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연방 상·하원의원을 뽑는 선거가 동시에 진행된 가운데, 사상 최초로 한국계가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의석수가 50주에 2석씩 배정돼 총 100석인 상원은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자에 대한 인준 권한과 외국과의 조약을 승인하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앤디 김의 당선으로 한국계 정치인의 위상이 높아질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계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뉴저지주(州) 하원의원. /AP
한국계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뉴저지주(州) 하원의원. /AP

뉴저지주(州) 3선 연방 하원의원인 앤디 김은 한국계로는 사상 처음으로 연방 상원 의원으로 선출됐다. 당초 미국 정계에서 앤디 김의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이날 앤디 김은 공화당 후보인 커티스 바쇼를 누르고 승기를 거머쥐었다. 뉴저지주는 대표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지난 1972년 이후 민주당이 한 번도 진 적 없는 곳이다.

2018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뉴저지주 3지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그는 당시 공화당 현역 의원이었던 톰 맥아더에 신승을 거두며 뉴저지주의 첫 아시아계 연방 의원이 됐다. 뉴저지주 남부 지역인 그의 지역구는 백인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고 아시아계가 드물다.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앤디 김은 2022년까지 두 차례 선거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3선 고지에 올랐다.

앤디 김이 연방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당시 18년간 뉴저지를 군림해 온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이 뉴저지주 사업가들에게 현금과 금괴 등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앤디 김은 연방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발표했다. 앤디 김은 지난 6월 열린 뉴저지주 예비선거에서 경쟁 후보인 시민단체 활동가 로런스 햄, 노동운동 지도자 파트리샤 캄포스-메디나 후보를 제치고 민주당 상원 후보직을 쟁취했다.

한국계 이민 2세인 앤디 김은 1982년 미국 뉴저지주 남부 지역 말튼에서 태어났다. 소아마비를 딛고 미국 명문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를 나와 유전공학 박사가 된 아버지와 미국으로 건너와 간호사로 일했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앤디 김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외교·안보 전문가다.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옥스퍼드대 유학 시절 만난 지금의 아내와 결혼해 두 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졸업 후인 2009년 9월에는 이라크 전문가로 미국 국무부에 입성했고, 2011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현지 주둔 미군 사령관의 전략 참모로 일했었다. 이후 국무부 상원 외교위원회를 거쳐 2013년부터 2015년 2월까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와 백악관 안전보장회의(NSC)의 이라크 담당 중동 전문가로 활동했었다.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으며 ‘오바마 키즈’로 불리기도 했다.

2021년 의회 폭동 당시 난장판이 된 의회를 치우고 있는 앤디 김 의원. /AP
2021년 의회 폭동 당시 난장판이 된 의회를 치우고 있는 앤디 김 의원. /AP

앤디 김이 전국구 정치인으로 거듭난 것은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 때 찍힌 사진 덕분이다. 당시 앤디 김은 무릎을 꿇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로 인해 난장판이 된 의회를 치우는 장면이 포착되며 유명해졌다. 당시 그가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포착한 AP통신의 앤드루 하닉은 “나는 그가 직원인 줄 알았다”면서 “이때까지 의원이 무릎을 꿇고 손으로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상황을 두고 “아무도 앤디 김이 오는 걸 보지 못했다”며 “그것이 바로 그가 기대했던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앤디 김은 인간미를 드러내며 호평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6일 공화당 소속 커티스 바쇼 후보와의 TV 토론 도중에바쇼 후보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식은땀을 흘리며 연단을 붙잡고 비틀거리는 이상 증상을 보이자, 즉각 달려가 연단이 쓰러지지 않도록 붙잡고 “괜찮냐”고 물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쟁이 나날이 격화하는 가운데 경쟁자까지 챙기는 그의 모습은 유권자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상·하원 선거로 임기 6년의 상원의원 100명 중 34명이 교체됐으며 임기 2년의 하원 의원 435명이 전원 새로 선출됐다. 미국 연방 의회는 정부 예산안을 심사·승인하는 등 국가적 사안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특히 상원은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자에 대한 인준 권한과 외국과의 조약을 승인하는 권한 등을 갖고 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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