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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친절하게 해줬어?”…2차 가해에 스토킹 피해자 65% ‘나홀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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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스토킹처벌법 제정으로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이 대두됐지만, 그 후로도 대다수 피해자가 경찰·지인 등에게 입을 2차 피해를 우려해 범죄에 홀로 대응해왔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5일 서울 마포구 창비50주년홀에서 스토킹처벌법 제정 3주년 토론회를 열고 202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국 5개 민우회 성폭력상담소에서 88명의 스토킹 피해자를 상담한 사례를 분석해 이같이 발표했다.

민우회가 상담한 스토킹 피해 건수는 2021년 15건에서 2022년 35건, 2023년 38건으로 매해 증가 추세를 보였다. 피해자는 여성이 93.2%, 가해자는 남성이 92%로, 스토킹이 젠더 위계에 기반해 발생하는 범죄임을 나타냈다.

피·가해자 관계 중 77건(87.5%)은 아는 사이였으며, 그 중 54건(61.4%)은 과거 애인, 데이트 상대자 등 친밀한 관계에 있었다. 단일 관계 유형 중에서는 과거 애인이 46건(52.3)으로 가장 많았고 동료 직원, 상사 등의 직장 관계자가 10건(11.4%)로 뒤를 이었다.

피해자 65%는 여러 유형의 스토킹을 복합적으로 겪어야 했다. 피해자들이 겪은 스토킹 유형 가운데 문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톡 등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70.5%)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주거·직장·학교 등 피해자의 생활 반경에 찾아가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39.8%), 피해자를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26.1%), 주위에 피해자에 대한 소문내기(19.3%) 등 순이었다.

▲ 2023년 9월 4일 오전 서울 신당역 앞에서 직장갑질119 주최로 열린 신당역 살인사건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관련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절반이 넘는 스토킹 피해자(61%)들은 스토킹 외의 폭력을 동시에 겪는 ‘중복 피해’에 노출됐다. 중복 피해 당사자들은 폭행·폭언(37%)을 가장 많이 겪었고, 이외에도 불법촬영유포 및 협박(25.9%), 강간(20.4%), 갈취(13%), 명예훼손(13%), 성적 메시지 발송(7.4%)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피해를 입었다.

2021년 스토킹처벌법 제정으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찰 신고 및 형사고소가 전보다 수월해졌지만, 여전히 피해자 64.8%는 가해자에게 거절 의사를 표하거나 퇴사·이사를 통해 가해자와 멀어지는 방식으로 홀로 대응하고 있었다.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들은 스토킹이 사소한 범죄라는 인식에 기반한 부정적인 반응에 처한 경험이 더 많았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거주지에 침입해 폭력을 행사하다 귀가한 상황을 두고 경찰이 ‘왜 아무도 없는데 신고하느냐’고 말한 뒤 돌아가거나, 스토킹 피해를 신고한 피해자를 귀찮아하며 ‘환각, 환청으로 착각해 잘못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는 식이다.

가족과 친구 등 주위에 스토킹 피해를 알릴 경우 대체로 심리적 지지나 정보 전달 등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성차별에 근거한 2차 피해를 겪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직장 내 스토킹 범죄를 경험한 피해자들은 회사 측으로부터 ‘가해자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며 피해자에게 적당히 받아주라고 지시하거나, 직장 상사가 ‘왜 남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줬느냐’, ‘여자가 직장에서 성장하려면 철벽도 치고 그래야지 살아남을 수 있다’ 등 언사를 듣는 등 고발을 사적인 일로 치부당하는 일을 겪었다.

사례를 분석한 류벼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주위의 비난을 받을까 걱정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어떤 경찰을 만나는지에 따라 사후 대응에 큰 영향을 받고 있었다”며 “스토킹 범죄를 사적인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공동체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스토킹처벌법 제정 3주년을 맞아 5일 서울 마포구 창비50주년홀에서 스토킹범죄 상담통계 분석 토론회를 열었다. ⓒ프레시안(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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