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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방통위’ 부정하는 판결이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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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11월16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 제43차 회의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오른쪽)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11월16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 제43차 회의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2인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잇따라 철퇴를 내리고 있다. 가처분 결정에 이어 본안 소송에서도 2인 체제가 위법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2인 체제 방통위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2023년 5월 한상혁 위원장이 면직된 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부위원장, 야당 추천 김현 위원 3인 체제에서 김현 위원이 안건 의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실상의 2인 체제가 시작됐다. 이후 지난해 8월 말 김효재 직무대행과 김현 위원이 퇴임하면서 본격적인 2인 방통위가 시작됐다.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2023년 8월~12월),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2023년 12월~2024년 7월),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2024년 7월31일~8월2일) 체제를 거쳐왔다.

▲지난해 8월9일 정부과천청사 내 방통위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당시 방통위는 여권에서 추천 김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왼쪽), 야권 추천인 김현 위원 3인 체제로 운영되나, 김현 상임위원은 이날 입장을 밝히고 회의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9일 정부과천청사 내 방통위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당시 방통위는 여권에서 추천 김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왼쪽), 야권 추천인 김현 위원 3인 체제로 운영되나, 김현 상임위원은 이날 입장을 밝히고 회의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2인 방통위가 의결한 안건들이 쌓였고 이를 부정하는 결정과 판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28일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취임 첫날 이상인 부위원장과 둘이서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에서 부당하게 해임당한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의 후임인 김성근 보궐이사 임명을 강행했다. 이에 권태선 이사장은 김성근 이사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9월18일 김성근 이사 임명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같은 날 방통위는 재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방통위의 항고는 기각됐는데, 판결문에는 처음으로 ‘2인 방통위’ 의결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적시됐다. 지난해 12월20일 서울고법 제6-2행정부는 방통위가 제기한 김성근 이사 임명 처분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권태선 이사장의 손을 들어준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단 2명의 위원의 심의 및 결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2인 체제를 지적했다.

이후에도 2인 방통위가 의결한 안건들이 가처분이나 본안 소송에 간 경우 재판부는 2인 체제의 문제점을 줄곧 지적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2일 방통위가 과천정부청사에서 시무식을 열었다. 왼쪽부터 이상인 부위원장과 김홍일 위원장. ⓒ방통위
▲지난 1월2일 방통위가 과천정부청사에서 시무식을 열었다. 왼쪽부터 이상인 부위원장과 김홍일 위원장. ⓒ방통위

이동관 위원장과 김홍일 위원장을 거쳐 유진기업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YTN의 우리사주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고한석)는 방통위를 상대로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처분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지난 5월23일 변경 승인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도 결정문에서 “2인의 의결로 행해진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위법성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고 적시했다.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취임 첫날인 지난 7월31일 방문진 새 이사 6명 임명을 강행했다. 이에 지난 8월5일 현 방문진 야권 이사 3인(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은 서울행정법원에 방통위의 방문진 새 이사 6명(김동률·손정미·윤길용·이우용·임무영·허익범) 선임 효력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 신청과 임명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8월2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결정문에서 “단지 2인 위원으로 피신청인(방통위)에게 부여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김태규 부위원장과 이진숙 위원장이 지난 7월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취임식에 나란히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왼쪽부터) 김태규 부위원장과 이진숙 위원장이 지난 7월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취임식에 나란히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가처분뿐 아니라 본안 소송에서도 2인 체제를 지적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1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MBC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MBC ‘PD수첩’ 과징금 1500만 원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MBC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는 “이 사건 처분의 심의 의결 당시 피고는 대통령이 지명한 2인의 위원으로만 이뤄졌는바 실질적인 토론을 위한 구성원 수 자체가 보장되지 않았음은 물론, 이해관계가 다른 구성원의 토론 참석 가능성 자체가 배제돼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소수파의 출석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채 다수파만으로 단독 처리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선 가처분 결정이 ‘2인 체제는 문제 소지가 있다’며 본안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본 반면 본안 소송에선 ‘위법’이라고 못 박았다.

이후에도 법원에선 2인 체제가 문제라는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방통위는 방문진 새 이사 6명 임명에 제동을 건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에 항고했지만, 서울고법 행정8-2부는 지난 1일 기각했다. 이번 결정문에서도 역시 법원은 “상임위원 5인 중 3인이 결원인 상태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2인의 위원만의 심의·의결에 따라 방문진 이사에 대한 임명을 결정한 이 사건 임명 처분은 합의제 행정기관의 의사 및 의사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고 방통위법이 이루고자 하는 위와 같은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언론계에선 법원의 ‘2인 체제 위법’ 판단이 잇따르면서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을 빚은 행보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윤창현)은 지난 1일 “MBC 장악을 노린 방문진 이사 중도 해임과 신규 이사 선임 과정에서 2인 체제의 불법성과 부실 졸속 심사로 인해 무려 4차례나 같은 결론이 내려졌다”며 “사필귀정으로 2인 체제 아래 이뤄진 YTN 불법 강제 매각, KBS 이사 선임과 사장 선임 절차도 전부 무효화될 것”이라고 했다. 

[관련 기사 : “방통위 2인 체제 문제 있다” 법원 첫 판단 나왔다 ]
[관련 기사 : 공영방송 이사 교체·YTN 매각… ‘2인 방통위’ 의결 모두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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