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안방을 지키지 못한 시장이 있다. 로봇청소기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문구에 소비자가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만족도가 높다. 로보락, 에코백스, 드리미 등 중국 기업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격보다 성능을 앞세워 출시 3~4년 만에 한국 시장을 휩쓸었다.
G마켓, 11번가 등 이커머스를 활용한 중국 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국내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로보락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46.5%로 3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에코백스와 드리미 등 다른 중국 기업의 점유율을 더하면 중국산 비중은 80%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산 제품은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를 동시에 하는 ‘올인원’ 기능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 손대지 않고도 유지·보수를 할 수 있어 ‘중국 이모님’이란 별칭을 얻었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하반기에야 올인원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 기업은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후발주자’임을 인정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9월 7일(이하 현지시각) ‘IFA 2024’가 열린 독일 베를린 기자간담회에서 “시간을 놓쳐 후발주자가 됐지만 신제품을 기점으로 지속해서 새로운 라인업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9월 6일 “우리가 늦었지만 중국 업체와 비교했을 때 동등 이상의 스펙은 가져왔다”며 “경쟁사에 (스펙이) 밀리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산 로봇청소기 독주에 적신호가 켜졌다. 메이드 인 차이나로서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보안 이슈다. 국내 기업엔 점유율을 빠르게 따라잡을 호재가 될 수 있는 변수다.
10월 말 외신 보도를 살펴보면 에코백스 로봇청소기가 해킹 당했다는 후기가 미국 곳곳에서 올라왔다.
뉴욕포스트는 “에코백스 청소기에서 성적이거나 인종차별적 욕설이 쏟아졌다”는 사용자 사례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청소기는 가족 앞에서 “FXXX”이라고 외친 후 ‘N-단어(인종차별적 발언)’를 반복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선 로봇청소기가 가족과 반려견을 쫓아다니며 위협했다는 후기도 있었다.
에코백스 측은 결함이 수정됐으며 11월 중 기기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에코백스의 해명에도 사생활 침해 사고에 소비자 우려는 해소되지 않을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 제품에 특화한 보안 성능을 강조하며 반전의 기회를 노린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스팀’은 글로벌 인증업체 UL 솔루션즈가 실시한 사물인터넷(IoT) 보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을 획득했다.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 등급은 ▲악성 소프트웨어 변조 탐지 ▲불법 접근 시도 방지 ▲사용자 데이터 익명화 등 항목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유미영 삼성전자 DA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보안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더 많은 소비자들이 AI와 스마트싱스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보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제품 ‘LG 로보킹 AI 올인원’에 LG 표준 보안개발 프로세스(LG SDL)를 적용했다. 데이터 암호화 처리로 외부의 불법적인 유출을 막아준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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