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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만 중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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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감사가 시작된 10월7일 국회에 온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국감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정감사가 시작된 10월7일 국회에 온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국감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부로 2024년 국회 국정감사가 끝났다. ‘명태균 게이트’로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운영위원회 국감이 뜨거웠다. 연일 명 씨와 그의 측근들 입을 좇은 기사가 경쟁적으로 터져 나온다. 명태균 게이트는 나랏일을 좌지우지하는 ‘비선 실세’의 존재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충분히 뉴스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딥페이크 성착취 사태는? ‘22만 명’을 넘어 ‘40만 명’이 가담한 텔레그램 딥페이크방과 함께, 지인 여성의 이미지를 활용한 성착취물 제작을 ‘놀이’라고 말하는 10대 남성들의 존재를 우리는 확인했다. 이를 다룰 성평등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대상의 여성가족위원회 국감은 운영위보다 사소한 것일까.

여러 언론사 기자들에게 물어본 내용을 종합하면 ‘명태균 게이트’는 “데스크가 쪼는 사안”이며 ‘딥페이크’는 “안 쪼는 사안”이다. 국감은 정치부 기자들이 아니라 피감기관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담당한다. 환경노동위원회는 환경부·고용노동부 출입 기자가, 여성가족위원회는 여성가족부 출입이 담당하는 식이다. 국회 여가위가 국회의원들의 겸임 상임위인 것처럼 여성가족부도 기자들의 겸임 출입처다. 여가위가 자주 국회의원들의 가욋일로 여겨지듯, 여가부를 출입하는 기자들도 교육부나 보건복지부 같은 거대 부처의 2진으로 있으면서 여가부를 혼자 맡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여가부의 위상이 쪼그라들면 출입 기자의 처지도 자동 연동이 된다. 매머드 부처 관련 기사를 더 쓰라고, 데스크의 압박을 받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여가위 국감은 사상 초유의 ‘장관 없는 국감’이었다. 지난 2월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이 사퇴한 뒤로 8개월 째 공석인 탓이다. 당연히 여가위원들의 질의도 장관 공백 사태에 집중됐다. ‘수장 공백’은 그 자체로 큰 문제이며, 여가위 야당 간사인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관 없이 국감 하려니까 흥이 안 나가지고”(지난 2일 CBS 뉴스쇼)라고 후술할 만큼 여가위원들을 기운 빠지게 하는 일이다. 그러나 수장 공백만 물고 늘어지기에, 여가위에는 중대 현안이 산적해 있었다.

▲ 10월30일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이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10월30일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이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여가위 국감에서는 국감장을 줄곧 지켜온 통신사 기자들의 보도가 빛났다. 특히 뉴시스는 ‘딥페이크’ 관련 인력이 부족해 여가부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1명이 1년에 1만 5000건이 넘는 영상물을 삭제하는 현실(김남희 민주당 의원), 구글 등 검색엔진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물이 버젓이 뜨는 상황에 대한 조치 요청(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등 여가위원들의 질의를 충실히 다뤘다. 국감 직전에도 <[단독] 교제폭력 범부처협의체, 출범 후 3개월간 실무회의 ‘1회’>(2024년 10월30일), <[단독] 친족성폭력 미성년 피해자 회복 예산 제자리… 절반 깎이고 복구 안돼>(2024년 9월23일) 등의 기사로 여가부의 정책 공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기자들이 국감장 혹은 상임위 전체회의를 지키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2022년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으로 여가위 전체회의가 열렸을 때, 여가부가 타 기관과의 공조가 부실함을 짚어낸 것은 회의장을 지킨 기자들이었다. 여가부가 스토킹 피해 발생 시 경찰청과 핫라인을 구축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당시 우종수 경찰청 차장은 “여가부에서 바로 범죄피해자에게 실시간으로 무엇을 해주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답변했다. 여가부의 스토킹 대책에 관한 부처 간 엇박자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고, 이를 놓치지 않은 기자들 덕에 독자들은 여가부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딥페이크 성착취가 명태균 게이트 보다 훨씬 덜 다뤄지는 것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실제 사안의 중요도에 비해 대중의 관심이 빨리 꺼진 탓도 있다. 그러나 ‘중년 남성’이 주를 이루는 뉴스룸의 구조적 문제와, 정책보다 정쟁을 다루는 언론계 전반의 인식 문제가 이를 더욱 가속화했다. 그러나 독자들의 삶에 더욱 닿아 있는 것은 정책 문제이며, 독자들은 언론을 통해 정쟁 뿐 아니라 정책을 들여다 볼 권리가 있다. 국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여야가 본격 정책으로 맞붙는 장이다. 때문에 언론사가 국감에 화력을 투입한다는 것은, 정책 보도에 충실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  지난 9월27일 오후 7시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진행된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서울여성회,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주관)의 말하기 대회 ‘분노의 불길’ 현장. 사진=서울여성회 페이스북
▲ 지난 9월27일 오후 7시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진행된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서울여성회,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주관)의 말하기 대회 ‘분노의 불길’ 현장. 사진=서울여성회 페이스북

명태균이 안 중요하다는 게 아니다. 명태균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국회 운영위가 안 중요한 게 아니라, 여가위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여가위 회의장을 지킨 기자는 국감 전후로 길어 올린 문제의식으로 해당 의제에 관심을 가진 의원실과 더욱 긴밀히 협업해 후속 보도를 이어갈 수 있다. 국감 뿐 아니라 이후에 열릴 여가부 전체회의에도 기자들이 꼬박꼬박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 데스크들이여, 지킬 수 있게 해달라! 그래야 여가위원들도 질의에 신경을 더 쓰고, 국민들도 관련 소식을 더 들을 수 있다. 장관 공석 사태로 ‘딥페이크’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부담도, 정부가 더욱 느끼게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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