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가하는 전쟁은 ‘목격자 없는 전쟁’이자 이스라엘에 종속된 ‘임베디드 저널리즘’(embedded journalism·동침 저널리즘)이 만난 최악의 조합이다.”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 기자가 5일 ‘2024년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에서 열린 ‘분쟁저널리즘과 언론자유’ 세미나에서 밝힌 진단이다.
한국영상기자협회와 5·18기념재단 등은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별 행사를 열었다. 이 기자는 ‘전쟁 너머 또 다른 전쟁’ 세미나에서 ‘목격자 없는 전쟁 만들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레바논, 파키스탄 등 아시아지역 분쟁을 취재해온 이유경 기자는 “가자 전쟁에서 보이는 언론 탄압이 국제사회가 주목할 분쟁 보도와 언론 자유 침해의 중요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로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현지 언론인들도 이스라엘에 의해 폭격과 저격을 당하거나 무장단체 대원으로 낙인찍힌다. 국제 언론단체들은 이를 전쟁 범죄로 제소했고,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언론에 대한 이스라엘 행위를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 일환으로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외국 기자들의 취재 목적 진입을 원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종군 취재만 허용한다. 취재진은 이스라엘군(IDF)과 동행해야 하며, 언론 보도물도 이스라엘의 검열을 거친다. 이 기자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살상을 ‘언론 자유에 대한 이중적 위협’으로 규정하며 현 상황을 ‘목격자 없는 전쟁 만들기’로 규정한 배경이다.
또 다른 위협은 ‘임베디드 저널리즘’이다. 이 기자는 “독립적으로 가자에 진입한 외신 기자는 거의 없으며, CNN 기자 클라리사 워드도 제한된 시간 내에 구호단체와 동행하는 방식으로만 접근이 가능했다”며 “이스라엘이 ‘제노사이드’와 같은 용어뿐 아니라 ‘난민 캠프’와 같은 표현까지 금지하며 가자 전쟁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기자는 “임베디드 저널리즘은 기자들에게 군의 통제를 수반해 언론의 독립성이 위협받았다”며 “기자들이 전쟁 수행자의 내러티브에 순응하게 만들며 이는 오늘날 이스라엘의 전쟁 보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현지 취재를 멈추지 않는 알자지라에 ‘전쟁’을 선포했다. 관련해 이유경 기자는 “이스라엘은 ‘알자지라 법’을 통해 알자지라 사무소를 폐쇄하고 장비를 압수하고 알자지라 소속 기자들을 테러 단체와 연계한 인물로 지목했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다니엘 하가리 IDF 대변인은 알자지라 기자 6명의 사진을 수배자 전단처럼 SNS에 공개하며 하마스 대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이는 알자지라 보도를 억제하려는 명백한 조치”라며 “UN 인권 보고관은 이를 사실상의 ‘사망선고’라 경고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은 스리랑카 내전에서의 언론 탄압과도 겹쳐 보인다. 지난 2009년 스리랑카 내전 마지막 단계에서 정부는 언론 접근을 전면 차단하면서 ‘목격자 없는 전쟁’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이 기자의 설명이다. 그는 “스리랑카 내전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식민지 역사와 고착된 분쟁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두 전쟁 모두 학살과 인종 청소가 목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공동체가 더 넓은 국제적 연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주류 언론의 비판적 보도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제 비영리 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폭격을 시작한 2023년 10월7일부터 2024년 11월4일까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이스라엘에서 최소 137명의 언론인이 사망했다. 이는 CPJ가 연간 언론인 사망을 집계한 1992년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올해 숨진 언론인 72명 가운데 58명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서 사망했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은 오는 7일 저녁 6시 광주 전일빌딩245 대강당에서 열린다.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세계 영상기자에게 수여하는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올해 가자지구의 영상기자들이 선정됐다. 수상자 마르완 알 사와프 기자는 심사 결과 발표 전인 지난해 말 이스라엘 공습에 의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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