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으로 시작된 ‘명태균 게이트’에 윤석열 대통령이 연관되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연일 갱신하고 있다. 정국이 날이 갈수록 경색되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고, 전날(4일) 오후 윤 대통령은 오는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언뜻보면 한 대표의 요구에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로 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추경호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직접 만나 대국민 담화를 상의했다고 밝혔고, 한 대표는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동훈 패싱’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번졌다. 향후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추경호 만나 윤 대통령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에서도 이런저런 말씀들이 계셔서 제가 전날 대통령실에 다녀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직접 대면했냐는 물음에 “그렇다”고도 답했다.
그는 “가급적 국민과의 소통의 기회를 일찍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당초 11월 말경 (대국민 담화) 이야기가 나와서 그것보단 훨씬 이른 시점이면 좋겠고 가급적 해외 순방 전에 그런 기회를 가지면 여러 사안에 관해서 (국민들의) 국정 이해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이런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참모진도 같은 건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대통령께서 고심하시다 전날 밤에 7일 대통령 담화 겸 기자회견을 하시는 것으로 최종 결심을 하셨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결심 후 미리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여러분들한테 알리기 전에 저한테도 연락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회견은 한 대표의 요구와는 별개의 사안이냐는 물음에는 “제가 해석할 영역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제안했지만 몇 번의 거절 후 답변을 받은 바 있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두고 친한계의 비판이 이어지며 대립각은 더 날카로워졌다. 이는 특별감찰관(특감) 추진을 두고 의원총회에서 표결로 다루자는 본격적인 ‘계파 간 세 대결’로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취가 공개된 후 정국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친윤계에서도 명 씨와 관련된 사안은 대통령실 차원의 대응과 해명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잠시 여권의 내분이 소강상태가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결정에 한 대표의 ‘변화와 쇄신’ 요구보다는 추 원내대표와의 면담이 영향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평생당원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추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을 방문해 대국민 담화를 빠르게 해야 한다고 한 것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저는 몰랐다”며 “언론에 보도될 즈음에 전달받았다”고 답했다.
그는 ‘대통령실에서 당 중심에는 추 원내대표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는 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엔 “그게 만약에 당 대표가 아니라 원내대표가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착각이고 잘못된 발언”이라며 “그렇지만 그런 취지겠냐. 설마 그러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대통령) 담화가 되길 기대한다”며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음에도 ‘내분’을 겪는 상황에 대해서 우려를 토로하는 의견들이 터져 나왔다. 한 대표와 함께 평생당원 오찬에 참석했던 한 책임당원은 이날 「시사위크」와 만나 “용산이나 대통령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면서도 “내분이 안 일어나게 잘해달라는 이야기는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하니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속이 시원하지 않다”며 “그런 점들에 대해 걱정스러운 마음을 나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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