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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훈의 보물섬] 연평도 조난어업자위령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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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적도 조난자 위령비. /사진=김석훈

누구든지 살면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어려움의 정도야 누가, 언제 그리고 직면한 주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항상 생과 사의 갈림길에 쉽게 노출되는 사람들은 배를 타는 어업 종사자일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이들에겐 고등종교 이전 자연적 민속 신앙이 생겼고, 신앙의 주제는 만선(滿船)과 안전이었다. 그리고 선상에서는 선장부터 화장(도무장)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위계 속에 부여된 각자의 역할은 안전과 조업의 효율성이었을 것이다.

연평도와 덕적도, 이 두 섬의 공통점은 과거 50~60년 전까지도 우리나라에서 3대 어장으로 손꼽혔다. 때맞춰 오는 조기 새우, 민어가 바로 그 손님이었다. 그래서 어부들은 이들 섬으로 떠날 때 ‘돈벌러가세’라고 외쳤고, ‘지나가는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도 묻어났다. 그래서 이들 섬에는 한때 육지보다 세련된 극장, 숙박 시설 등 섬 속 환락의 문화가 펼쳐졌고, 지금도 흔적들이 기억의 저 편에 희미한 조각으로 남아 있다.

▲조난자 위령비

유명한 두 어장은 전국 더 나아가 외국에서까지 몰려온 배와 어부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자연 재난과 노후 선박 시설, 낙후된 어장 및 어항 시설 등은 큰 피해로 이어졌다. 그래서였을까? 두 섬에는 공통적으로 조난자 위령비가 있는데, 비슷한 점이 무엇일까? 이를 통해 연평도 조난어업자위령비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1931년 8월 덕적도 해상 선미도 일대에서 태풍에 의한 조난 사고가 있었다. ‘착할 선(善)’ 자의 ‘선미도’, 원래 이 섬 이름은 ‘악험도(惡險島)’였다. 이 해역에서 인명피해 등 사고가 많아 ‘악’하고 ‘험’한 섬이라 자연스레 지명이 붙여졌지만 그후 착한 이름으로 고쳐 자연재해를 막아보고자 ‘선미도’라 했다. 지명을 개명한 것이다. 그래서 덕적도 북쪽 능동 자갈마당에는 그들의 혼을 위로하고 달래고자 1년 5개월이 지난 1933년 3월에 경기도지사 마쓰모토(松本誠), 부천군수, 경기도수산회 덕적도어업조합에서 ‘조난자위령지비(遭難者慰靈之碑)’를 세웠다. 원래의 위치는 쑥개(북2리) 해양경찰서 덕적출장소 뒤 비석거리(현재는 민가)에 있었다.

▲연평도 ‘조난어업자위령비’

1964년 최숙자가 부른 ‘눈물의 연평도’. 노랫말을 보면, “조기를 듬뿍 잡아 깃폭을 올리고 온다던 그 배는 어이하여 아니 오나. 수평선 바라보며 그 이름 부르면 갈매기도 우는구나. 눈물의 연평도.” 이 노래는 1959년 사하라 태풍으로 희생된 어부를 기려 만들었다.

사실 이 노래가 발표되기 30년 전 연평도 같은 장소에서 ‘눈물의 연평도’가 먼저 있었다. 그 상황은 조기역사관 부근에 있는 ‘조난자위령지비’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비석의 앞면 여백에 ‘황해도지사 정교원서(黃海道知事 鄭僑源書)’라 되어 있어 황해도지사 정교원의 글임을 알 수 있다. 뒷면에는 ‘황해도수산회건지○○○년 유월이일(黃海道水産會建之 ○○○年 六月 二日)’이라 밝히고 있어 황해도 수산회에서 비석을 세웠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덕적도 조난자 위령비의 내용, 건립자 등 비석에 담긴 사실이 연평도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다만 뒷면의 건립 연도를 나타내는 ‘○○○년’의 ‘○○’ 두 글자는 1926년을 원년으로 하는 일제 연호 ‘소화(昭和)’에 해당하지만 구체적 연도를 알 수 있는 ‘○년’은 특정할 수 없다.

▲ 김석훈 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문학박사
▲ 김석훈 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문학박사

/김석훈 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문학박사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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