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한국의 천문과학기술력이 결집된 우주망원경 ‘태양 코로나그래프(CODEX)’가 우주로 날아올랐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CODEX는 5일 오전 11시 29분경(미국 현지시간 4일 밤 21시 29분경)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 로켓 ‘팰컨9(Falcon9)’에 탑재돼 발사됐다. 태양풍과 태양표면, 코로나, 플레어 현상 등의 정확한 관측을 통해 한국 우주과학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 5일 CODEX 발사… 세계 태양 코로나 최초 온도·속도 동시 관측 가능
이번에 발사된 CODEX는 태양 관측 우주망원경이다. 우주항공청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밝게 빛나는 별의 빛을 제어, 천체 주변의 흐린 물체 및 현상을 관측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그래프는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 영역인 ‘코로나(corona)’를 관측할 수 있다.
CODEX는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코로나그래프다. 공동 연구진은 이번에 발사된 CODEX를 이용, 태양 반경의 최대 10배에 이르는 696만3,400km 영역의 코로나 온도와 속도를 측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코로나그래프는 온도·속도 측정이 제한적으로만 가능했다. 코로나는 매우 뜨겁고 불규칙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 온도는 100만~500만°C로 태양 표면온도인 6,000°C보다 훨씬 뜨겁다. 또한 근처에 강력한 자기장이 발생, 정확한 속도, 온도를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미 공동연구진은 신형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차폐 기술 등을 총집결해 CODEX를 고안했다. 그 결과,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동시 관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차원 영상으로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이중 CODEX의 핵심기술인 편광카메라, 필터휠, 구동 제어기 등 하드웨어와 코로나그래프 비행 및 지상 운영 소프트웨어를 개발은 우리나라 천문연이 맡아 진행했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CODEX는 약 10시간 후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할 예정이다. 이는 6일 새벽 1시경이다. 도킹 후에는 정거장에 설치된 로봇팔을 이용, 국제우주정거장의 외부탑재체 플랫폼(ELC3-3)에 설치된다.
이후 CODEX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90분의 궤도 주기 동안 최대 55분간 관측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CODEX의 임무 운영과 관제는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수행한다. 천문연은 원격으로 정보를 수신하고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강현우 우주청 우주과학탐사임무설계프로그램장은 “기반기술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CODEX는 현재 발사만을 앞두고 있으며, 우주청은 CODEX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태양 연구와 우주 날씨 예측 분야에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태양풍 등 ‘우주날씨’ 연구 성과 능력↑… 안전한 우주연구 밑거름 기대
이번 CODEX 발사는 지난 2017년부터 진행된 ‘국제우주정거장용 태양 코로나그래프 개발’ 사업의 일환이다.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해당 사업에는 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2022년 9월 CODEX 통합조립을 착수한 후 2023년 4월 완료했다. 이후 올해 2월부터 우주환경시험을 진행한 후 5일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거액을 들여 코로나를 관측하는 결정적 이유는 ‘우주날씨’ 관측이다. 태양은 일종의 거대한 핵융합로다. 때문에 실시간으로 수억도에 달하는 초고온 ‘플라즈마(Plasma)’입자가 발생한다. 이 입자들은 코로나 영역을 거쳐 초속 수백km에 달하는 속도로 우주를 향해 날아간다. 이를 강력한 바람에 빗대 ‘태양풍(太陽風, solar wind)’이라 부른다.
특히 위험한 현상은 ‘코로나 질량 분출(Corona Mass Ejection, CME)’이다. CME은 대규모의 태양풍 폭발 현상이다. 이때 폭발한 태양풍에서는 10MeV 이상의 에너지를 지닌 폭발성 플라즈마 물질이 분출된다. 이는 반도체 장비의 초고도 플라즈마 장비 에너지의 10배 수준이다. 이 플라즈마 입자들은 전자빔 형태로 우주발사체, 인공위성과 부딪힌다. 이 경우 외벽을 뚫고 들어가 방전을 일으킨다. 또한 전자부품 회로도 파괴돼 심각할 경우 우주선 추락도 유발한다.
우주뿐만 아니라 지구도 태양풍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구는 대기권이라는 강력한 보호막 아래 보호받는다. 따라서 우리가 태양풍을 직접 느끼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매초 지구로 쏟아지는 미립자의 질량은 무려 100만톤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구 자기장 교란, 전파 방해, GPS 교란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태양풍이 미치는 경제적 피해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케임브리지 위험연구센터(Cambridge Centre for Risk Studies)’ 연구팀에 따르면 대규모 태양풍이 미국 전역을 덮칠 경우 인구 44%가 영향을 받게 된다. 또한 피해 규모는 무려 377억달러, 한화 52조원에 달한다. 이는 1859년 발생한 캐링턴 태양풍 사건을 기준으로 추산된 수치다.
곽영실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우주환경그룹장은 “인공위성이나 우주발사체, 우주정거장 등은 상공 700~800km에 위치한 전리층에 주로 위치한다”며 “이곳에서 태양풍에서 발생한 플라즈마로 인해 전파 교란이 굉장히 많이 유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태양 플레어 폭발, CME 등으로 인한 태양 폭풍으로 발생한 막대한 양의 미립자들은 위성체에 부딪혀 운영 궤도, 장비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CODEX가 위치한 국제우주정거정의 고도는 약 400km 정도로 그곳은 구름, 기상 등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태양을 관측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CME, 코로나, 태양풍 등의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면 우주 날씨를 더욱 정확히 예측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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