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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대표 독립운동가 만오 홍진] ⑪ 국회에서 찾은 ‘만오 홍진’ 발자취

인천일보 조회수  

대한민국 국회에서 ‘만오 홍진(洪震·1877~1946년)’ 선생은 의회정치의 기틀을 마련한 독립운동의 거목이다.

홍진 선생은 1919년 3·1운동 후 인천에서 13도 대표자 대회를 개최하고, 국내 한성정부 수립과 중국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탄생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상해 임시정부 27년(1919~1945년)동안 정부의 행정수반(국무령)과 입법기관의 수장(임시의정원 의장)을 역임했던 유일한 인물, 좌우익 세력이 참여한 통일의회에서 의장으로 선출된 인물, 가장 오랜 기간 활동한 의장이자 임시의정원의 마지막 의장이 바로 홍진 선생이다.

법 지식을 활용해 임시정부 헌법을 기초하는데 중심이 됐고, 해방 후에도 대한민국 헌법에 큰 영향을 끼친 홍진 선생의 공적은 단순히 독립운동을 넘어 대한민국의 법적,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임시정부 태동과 임시의정원의 산 역사로 ‘만오 홍진 선생’이 재조명되고 기억돼야 하는 이유다. 국회에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 1942년 10월 25일 제34회 회의 개회 기념으로 임시의정원 의원 일동이 촬영한 사진이다. 제34회 의회에서는 비록 약헌수개안을 완성하여 제출하지는 못했지만 '임시약헌'의 개정 제안과 논의가 이뤄졌다. / 자료제공=국회도서관
▲ 1942년 10월 25일 제34회 회의 개회 기념으로 임시의정원 의원 일동이 촬영한 사진이다. 제34회 의회에서는 비록 약헌수개안을 완성하여 제출하지는 못했지만 ‘임시약헌’의 개정 제안과 논의가 이뤄졌다. / 자료제공=국회도서관
▲ 1942년 10월 25일 제34회 회의 개회 기념으로 임시의정원 의원 일동이 촬영한 사진이다. 제34회 의회에서는 비록 약헌수개안을 완성하여 제출하지는 못했지만 '임시약헌'의 개정 제안과 논의가 이뤄졌다. / 자료제공=국회도서관
▲ 1942년 10월 25일 제34회 회의 개회 기념으로 임시의정원 의원 일동이 촬영한 사진이다. 제34회 의회에서는 비록 약헌수개안을 완성하여 제출하지는 못했지만 ‘임시약헌’의 개정 제안과 논의가 이뤄졌다. / 자료제공=국회도서관

▲대한민국 국회의 뿌리 ‘임시의정원’

국회가 의회민주주의 정신과 가치를 정립하고 실현해 올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임시의정원이 있고, 그 중심에는 홍진 선생이 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임시의정원은 ‘한국사에서 최초로 성립한 민주공화국 의회’이지만, 나아가 ‘일반 정부가 아닌 독립운동을 펼쳐가는 특수한 시기의 의회’라는 점은 더욱 값진 의미를 갖는다.

1926년 7월부터 12월까지 임시 정부의 국무령을 지낸 홍진 선생은 제3대·제17대 임시의정원 의장을 거쳐 제20대 마지막 의장으로 환국할 때까지 임시의정원을 이끌었다.

특히 마지막 의장으로 홍진 선생이 선출됐는데, 좌익세력과 우익세력 모두 이념과 정파를 가르지 않고 통합할 수 있는 의장으로 홍진 선생을 추대했기 때문이다.

1930년대 각종 정당이 등장했음에도 사실상 ‘일당제’였던 임시의정원은 홍진 선생이 마지막 의장으로 선출됐던 1942년 10월 임시의정원 제34차 정기의회에서 ‘다당제’로 전환된다.

나라 안팎으로 독립운동이 이어가며 정치적 이념과 목표를 달리 활동하고 있던 좌우익 세력을 하나로 모은 ‘통일의회’ 구성이다.

이 회의는 1919년 임시의정원 성립 이래 가장 많은 의원이 참여한 것으로 기록됐다.

독립운동 세력들이 좌우 이념과 파벌로 인해 분산됐을 때 독립운동 세력의 대동단결을 꾀하고, 정당 중심으로 운영하며 좌우통합의회를 달성한 인물로 홍진 선생이 기록된 배경이다.

임시의정원은 현재 국회와 똑같이 운영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임시의정원법(1919.4.25) 및 대한민국임시약헌(1940.10.9)에 따르면, 의정원 의원은 인구 30만 명에 1인이 선출되며, 모두 57명 의원으로 구성된다. 의원들은 여러 분과위원회로 나뉘어 활동했고, 법률안을 발의해 제정했다.

임시의정원 회의는 1919월 4월 10일 1회 회의를 개최한 이래, 1945년 8월 17일 회의까지 모두 39차례에 걸쳐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를 개최됐다고 전해진다.

▲ 대한민국 임시헌장.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제5차 개헌안으로 전문 및 총 7장 62개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1943년(대한민국 25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초안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수정·가필한 흔적이 있다. /자료제공=국회도서관
▲ 대한민국 임시헌장.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제5차 개헌안으로 전문 및 총 7장 62개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1943년(대한민국 25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초안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수정·가필한 흔적이 있다. /자료제공=국회도서관
▲ 대한민국 임시헌장.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제5차 개헌안으로 전문 및 총 7장 62개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1943년(대한민국 25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초안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수정·가필한 흔적이 있다. /자료제공=국회도서관
▲ 대한민국 임시헌장.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제5차 개헌안으로 전문 및 총 7장 62개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1943년(대한민국 25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초안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수정·가필한 흔적이 있다. /자료제공=국회도서관

▲의회민주주의 발달사의 한 획 ‘홍진문서’

홍진 선생의 또다른 공적 중 하나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문서’를 온전하게 보존해 후대에 남겼다는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2005년 편찬 작업을 시작해 7년 만인 2011년 51권까지 펴내 집대성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자료집’에서 임시의정원 관련 주된 자료는 ‘홍진문서’라고 부르는 ‘임시의정원 문서’다.

1932년도 윤봉길 의사가 의거한 뒤 임시정부 청사가 일본 경찰들에게 압수수색을 당한 탓에 임시정부 초반부 자료는 모두 일제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임시정부와 임시의정원 관련 자료는 1945년 광복 이후 임시정부 요인들이 환국했을 때 국내로 가져왔다는 기록이 남아있지만, 한국전쟁으로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홍진 선생은 임시정부가 비상국민회의를 선언한 1946년 2월 회의 사무실에 보관돼 있던 임시의정원 문서 일부를 집으로 옮겼다.

홍진 선생은 그해 9월 서거했지만, 그의 손자인 홍석주 씨가 이를 보관하고 있다가 1966년 국회도서관에 기증했다.

임시정부와 임시의정원 문서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홍진문서는 임시정부와 임시의정원의 관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 민주주의 발달사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문서로, 국내외 역사학자와 학생들에게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홍진문서는 국회도서관에 설치된 ‘홍진 임시의정원 의장 기념 전시실’에 전시돼 있다.

전시실에는 홍진 선생의 흉상과 임시의정원 관인도 있다. 임시정부 공식 관인 또한 한국전쟁 후 행방이 묘연해 공식 인장은 임시의정원 관인이 유일하다. 이 밖에도 국회도서관에는 홍진 선생 후손들이 1966년과 2019년 두 차례 기증한 자료 총 1595점이 있으며 모두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 국회 '홍진 임시의정원 의장 기념 전시실' 전경.
▲ 국회 ‘홍진 임시의정원 의장 기념 전시실’ 전경.
▲ 국회도서관 '홍진 임시의정원 의장 기념실'에 전시된 추인안 제2호(1945.4.11). 임시정부 국무위원회 주석 김구가 임시의정원 의장 홍진에게 '국무위원회 회의 규정'을 추인해 줄 것을 요구한 문서.
▲ 국회도서관 ‘홍진 임시의정원 의장 기념실’에 전시된 추인안 제2호(1945.4.11). 임시정부 국무위원회 주석 김구가 임시의정원 의장 홍진에게 ‘국무위원회 회의 규정’을 추인해 줄 것을 요구한 문서.
▲ 국회도서관 '홍진 임시의정원 의장 기념실' 중앙에 전시된 임시의정원 관인.
▲ 국회도서관 ‘홍진 임시의정원 의장 기념실’ 중앙에 전시된 임시의정원 관인.

▲홍진 선생, 국회에 다시 서기까지 100년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임시의정원은 임시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홍진 선생에 대한 공적이 충분히 발굴되지 못한 탓이다.

임시의정원 자료 조사 및 정리 작업은 1966년 국회도서관이 홍진 선생 후손으로부터 홍진문서 일부를 기증받으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홍진문서는 1974년 국회도서관에서 발간한 영인본 해제집과 2005년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문서 원문DB 구축 사업’, 대한민국 임시정부자료집 등 기록의 한 획이 됐다.

하지만 이는 홍진문서의 일부였다.

당시 홍진 선생 후손은 국회 내 홍진 선생의 기념실과 동상 건립을 세우는 조건으로 임시의정원 관인과 홍진문서 추가 기증 등을 약속했지만, 이 약속이 지켜지기까지 수십년이 걸렸다.

여야 합의가 쉽지 않아서다. 국회 내 동상 건립은 의회 지도자로서의 공적에 대해 두 교섭단체 이상, 의원 5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건립할 수 있다.

2018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합의해 마련한 ‘의회 지도자상 건립에 대한 공동추천서’를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전달하면서 홍진 선생 동상 건립이 이뤄졌다.

‘홍진 임시의정원 의장 기념전시실’은 2010년에 설치됐고, 그의 동상은 2019년에서야 흉상으로 건립됐다. 홍진 선생의 후손으로부터 기증받은 지 53년만, 임시의정원 개원 100년만이다.

국회도서관 홍원기 기록연구관은 “홍진 선생은 대한민국 의회정치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공헌을 했으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정당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임시의정원은 물론 홍진 선생 관련 기록물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후속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일보 만오홍진특별취재팀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

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이호윤 기자 256@incheonilbo.com

신춘호 박사(영상아카이브연구중심) docu8888@daum.net

허우범 교수(인하대 융합고고학과) appolo21@hanmail.net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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