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곳곳에는 수능 고득점, 대학 합격 등을 기원하는 소원 문구가 걸려 있었다. ‘00대학교 00학과 합격 기원’과 같이 구체적인 목표가 적혀져 있기도 했으며 “수능에서 지혜와 총명이 발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쓰여 있었다.
한편에 마련된 ‘고득점 발원 지혜 총명 연등’ 자리에는 연등 300여개와 함께 수능 고득점, 대학 합격 등을 소망하는 문구가 가득했다. 조계사를 찾은 시민들은 연등 앞에서 두 손 모아 가족, 친구 등을 응원했다.
이날 대웅전 앞에서 수험생 아들을 둔 강모(45)씨를 만났다. 강씨는 간절한 마음으로 ‘수능 수험생 행복기원 희망촛불’에 불을 붙이고는 한참이나 그 앞에서 떠나지 않은 채 계속 머물렀다. 혹여 촛불이 꺼질까 계속 살피면서 계속 기도를 이어갔다.
강씨는 “시험 보는 날 떨지 않고 고득점을 받고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계사를 찾아 소원을 빌었다”며 “아이가 수능과 일본 유학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는데, 두 시험 시기가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매우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의대 증원 등 입시계가 여러 변화를 겪게 되면서 아이가 생각이 많아지고 혼란스러워했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며 “현재 받는 등급 정도 생각하면 어느 정도의 대학 가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또 변수가 있을 수도 있으니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아이를 응원했다”고 덧붙였다.
조계사에서는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자녀를 위한 화엄 기도(수능 기도)’가 시작됐다. 절 내부에서는 스님의 목탁 소리에 맞춰 수험생 자녀나 가족을 둔 불자들이 합장하거나 고개를 숙였다. 축제로 소란스러웠던 주변도 금새 조용해지면서 그들의 간절한 소원에 응원을 더했다.
수능이 점차 다가올수록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마음은 더욱 노심초사하다. 이날 수능을 보는 쌍둥이 남매를 위해 조계사를 찾았다는 변모(54)씨는 “두 자녀가 모두 수능을 본다고 하니 더욱 긴장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이들이 너무 긴장하지 말고 침착하고 씩씩하게 잘 보고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둘다 직장을 다니다가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해서 재수를 결정하게 됐는데, 딸은 세무회계 관련 과, 아들은 경영학과에 지원할 예정이다”며 “떨리지만 부모로서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이곳에 와 소원을 빌고 간다. 부디 준비한만큼 차분히 하길 바란다”고 했다.
노란 국화꽃들 사이에는 수험생 가족들이 작성한 종이가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태어난 해와 이름 밑에는 ‘수능 대박’, ‘합격 기원’ 등 이들의 소원이 짧게 담겨져 있었다. 절 마당에서도 의자에 앉아 스님이 하는 말을 따라 읆거나 두 손을 모은 채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다.
현장을 지키던 조계사 운영 관계자는 “이미 수능 100여일 전부터 많은 시민들이 조계사를 찾아서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말한 뒤 여기에 두고 갔다”며 “전날부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와 기도는 물론 촛불, 연등, 서원 종이 등으로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은 다음 주 목요일인 오는 14일 오전 8시 40분 전국 85개 시험지구 1282개 시험장에서 동시 진행된다. 이번 시험에는 지난해보다 1만8082명 늘은 52만2670명이 응시했다.
정부는 시험 당일 오전 지하철 운행 대수를 확대하고 경찰차 등 비상 수송 차량을 배치하는 등 교통 혼잡 대응에 나선다. 영어 영역 듣기 평가가 치러지는 오후 1시 10분부터 1시 35분까지는 항공기, 헬리콥터 이·착륙과 군부대 포 사격, 전차 이동 등의 훈련 또한 중단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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