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공천 개입 의혹 파문과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등 온갖 문제를 두고 애초 이달 말 국민들에게 밝히려 했다가 돌연 7일로 앞당겨 기자회견을 열기로 4일 밤 결정했다. 그 배경을 두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자신이 이날 오후 윤 대통령과 만나 더 이른 시점에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친한계 지도부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한동훈 대표의 윤 대통령 비판과 대국민 사과 및 인적쇄신 등의 촉구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다 해도 각종 의혹에 대한 시인이나 진솔한 사과와 책임있는 조치 등을 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5일 오전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4일 밤 출입기자들에게 전한 공지 ‘알려드립니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7일(목) 오전 10시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JTBC는 4일 밤 온라인 기사에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그동안 기자회견을 준비해왔고, 이왕이면 순방 전 국민께 말씀드리는 기회를 갖는 게 좋겠다는 참모진 의견을 받아들였다”며 “1문1답을 통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에 소상히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KBS는 ‘뉴스9’ 진행 중 마지막 뉴스인 「윤 대통령, 7일 대국민 담화 기자회견」에서 기자 현장연결 형태로 보도했다. 이현준 KBS 기자는 전화연결에서 “원래 계획대로 이번 달 말에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할 경우, 자칫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늦을 수록 사태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김건희 여사 관련 등 허심탄회하게 각종 논란에 대해서 솔직한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결정에 여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는 각각 자신들이 영향을 줬다고도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원내대책회의 후 백브리핑에서 당에서 대통령 담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낸 게 있느냐는 질문에 “저도 어제 우리 당에서도 이런 저런 말씀들이 계셔서 제가 어제 대통령실에 다녀왔다”며 “말씀을 전했고 가급적 국민과의 소통 기회를 일찍 가지시면 좋겠다, 당초 11월 말경 이야기 나와서 그보다는 훨씬 이른 시점이면 좋겠고 가급적 해외 순방 전에 기회를 가지시면 여러 상황에 관해 (국민들의) 국정 이해도 높아지지 않을까라고 말씀드렸고, 참모진들도 같은 건의를 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께서 고심하시다가 어제 밤에 7일 담화 겸 기자회견 하는걸로 최종 결심을 하셨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에서 전날 저녁에 발표했는데, 그 즈음에 만난거냐는 질의에 추 원내대표는 “저는 어제 오후에 갔고 최종적으로 대통령께서 그 즈음에 결심하시고 국민들께 언론에 알린 걸로 안다”고 답한 뒤 ‘대통령이 7일 기자회견을 결심한 다음에 추 원내대표에 안내한거냐’는 이어진 질의에 “여러분들한테 알리기 전에 저한테 연락이 있었다”고 답했다.
대통령과 만나 인적개편 필요성과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언급도 했느냐는 질의에는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겠다”며 “대통령께서도 많은 말씀을 듣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숙고해서 필요한 말씀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 기다렸다가 실제 담화 그리고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들으시는게 좋겠다”고 답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5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7일 기자회견 결정과정을 두고 “그렇게 오래전에 준비된 게 아니라 어제(4일) 한동훈 대표의 최고회의 발언이 있고 나서 오후 늦게 대통령 참모들과 대통령실에서 결정한 걸로 안다”며 “그것을 결정할 무렵에 저희 대표께 말씀을 드린 걸로 안다”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의 오전 메시지가 영향을 준거냐’는 김현정 PD 질의에 김 최고위원은 “당연히 그렇다”며 “그 이전에는 11월 말쯤에 입장을 밝히겠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갑작스럽게 선회한 이유는 한동훈 대표의 최고회의 발언, 용산 참모들의 판단, 이대로 가면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되겠다라는 그런 판단이 많이 작용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이번 회견에도 기대할 게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데 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걱정 되는 게 지난번에 총선 직전인 4월1일 의대 정원 문제 관련 대통령의 담화 발표가 있었는데, 대통령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되풀이하시는 걸로 끝나, 당시 총선 뛰어본 사람들은 그 담화를 보면서 ‘이번 총선은 끝났구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난다”며 “7일 기자회견이 본인이 ‘이렇게 좋은 의도로 정책을 이렇게 시도하려고 했다’는 설명에 그치면 후폭풍이 더 커질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된다”고 우려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도 같은 방송에 나와 “사람은 안 변한다”며 지난 2월 박장범 앵커와 대담에서 ‘우리 아내가 박절하지 못해서’ 언급 하나에 그쳤고, 의료개혁 담화문도 51분간 자화자찬했으며, 지난 8월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때도 자화자찬과 채 상병 특검 관련 동문서답 및 부실한 답변을 했던 사례를 제시했다. 김 평론가는 “대통령이 진정하게 조치하고 사과할 마음이 있었으면 (어제)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부터 갔겠죠”라고 지적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센터 소장도 이날 자신에게 어제 7일 기자회견 사실을 전해줬던 사람이 덧붙여서 전해줬던 말이 “기대할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면서 “명태균 씨 관련 소상히 밝히고 사과하고, 김 여사 관련 획기적 조치를 취하기 보다 이렇게 국정운영 성과가 있었고 앞으로 이런 것을 추진하겠다는 데 방점이 있다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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