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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고려아연, 유상증자를 둘러싼 3가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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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경제]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유상증자와 관련해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KB증권 조사에 착수했다.

미래에셋증권 동일한 본부·팀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사무와 일반공모 유상증자 모집주선인을 담당한 것으로 확인됐고,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전 KB증권에 조사 인력을 파견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관련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KB증권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이자 유상증자 공동모집주선회사 역할을 맡은 증권사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를 둘러싸고 여러 파장이 생기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나온 주요한 쟁점들을 짚어보자.

고려아연 유상증자 타임라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0월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0월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 이사회는 10월 30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의 건을 의결했고, 관련 내용을 당일 오전에 발표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10월 23일) 이후 유상증자 공시(10월 30일 오전)까지 4영업일 동안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과 내부 승인, 법률 자문, 증권신고서 작성 및 관련 서류 준비 등이 불가능한 일정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이 같은 결정 및 업무 진행은 빨리해도 1~2개월 정도 걸린다고 말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정도 속도는 사전 계획이 없었다면 상식적으로 어려운 일정이고, 미래에셋증권 역시 이를 몰랐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고려아연이 4영업일 만에 유상증자 결정과 증권신고서 작성을 모두 했다는 입장인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고민은 아무것도 안 했다는 얘기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가치, 채무 & 신고서

고려아연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고려아연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고려아연 이사회가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와 동시에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책정한 신주 발행가격은 1주당 67만원이다. 유증 확정 직전 고려아연 종가 154만3000원 대비 57% 할인됐다.

이는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처음 공표했을 당시 제시한 주당 매수가 66만원과 근사치다.

고려아연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신주의 20%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배정하고 나머지는 일반 공모로 소화할 계획이다. 모든 청약자는 발행예정주식의 3% 미만에 한해 매수할 수 있다. 게다가 고려아연은 이번에 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2조3000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3조1000억원 규모 차입금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연이은 유상증자 발표로 수많은 소액주주, 기관들은 현재 혼돈에 빠진 상황이다.

공개매수자는 본 공개매수 이후 회사의 지배구조, 재무구조, 사업내용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아니합니다.

– 고려아연 공개매수 신고서 나항(장래계획)에서 –

제출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신고서 및 전자공시에 따르면 공개매수가 진행되던 10월 14일부터 기업실사를 진행했다고 기재되어있다.

이 부분에 대해 고려아연은 “14일부터 실사했다는 것은 착오였고, 공개매수가 종료된 23일 이후부터 유상증자를 검토했다”고 해명했으나, 금감원은 “4영업일만에 대규모 유상증자는 현실적으로 믿기 어렵다”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시 필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리파이낸싱 등을 하려 했다면 이 또한 투자자들에게 알릴 만한 사안”이라며 “공개매수할 때 신고서에 그같은 사항도 기재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방어용 신주 발행은 안되는 것이 법원 판례로 있다. 실제 과거에 있었던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 케이스’에서 유증이 경영권 방어의 목적이라고 법원이 제동을 건 적이 있었다.

IB 관계자들은 “이번 유증의 목적과 그 가치에 대해서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이번 고려아연 유상증자의 전체 규모는 2조5000억이며, 고려아연측은 2조3000억의 채무 상환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채무에는 이번 공개매수를 위해 빌린 메리츠증권(1조원)과 하나은행(1조2000억)이 포함되어 있다. 그 채무들은 만기 1년이라 2025년 10월경에 갚으면 된다. 그러나, 증권신고서에는 2025년 1분기에 갚겠다고 기재가 되어있다.

이에 금융 당국과 IB관계자들은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가 하나의 패키지(One package) 인 것처럼 보이고, 이 부분은 여러 의혹들의 한 축이다”라고 말했다.

‘백기사’는 어디에

체스 나이트(Chess knight) 이미지 /pixabay
체스 나이트(Chess knight) 이미지 /pixabay

지난달 31일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부문 부원장은 지난달 31일 고려아연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장래계획 등에 있어서 (공개매수) 신고서에 재무구조계획이 전혀 없다고 한 것이 확인된다”며 “그런 부분을 증권사에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으로 있는 현대차는 지난달 이사회에 3번 연속 불참했다.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번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주주가치를 훼손한 결정이라고 보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활동에관한지침 제6조에 따르면 기금은 투자대상 주식 등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재무적 요소와 함께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은 수익성과 더불어 공공성, 지속가능성 등도 기금운용 원칙으로 삼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 8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크다”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 입장에선 금감원이 일단 고려아연 유상증자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실제로 이를 입증할 증거가 나온다면 이후에는 최 회장 측을 계속 지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주주들 또한 유증 발표 후 연일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고 성토중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만나기로 한, 트라피구라 역시 최근 몇년간 2조원대 손실 위기가 불거지며 자금 여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트라피구라는 글로벌 트레이딩 회사이다. 주로 비금속·에너지 원자재 거래회사이며,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라피구라는 지난 30일(현지시간) 몽골 법인 직원의 사기 행각으로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발표했다. 트라피구라는 2년 전에도 니켈 사기 혐의로 5억달러(약 6900억원) 규모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제러미 위어 CEO가 사임을 준비하는 시점에 발생한 대규모 손실이라 이달 11월에 있을 고려아연 최 회장과의 회동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업 관계인 영풍 장형진 고문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사진=영풍, 고려아연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에 따르면 “70여 년의 영풍 역사에서 과거에 그룹내에서 2회에 걸친 경영권 분쟁들도 최씨 가문이 촉발했고 장씨 가문이 상황을 수습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은 1일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영풍은 “지난 10월 28일 상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사회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으나, 회사가 아직까지 총회 소집의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청구 후 이틀 만에 이사회가 2.5조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해 이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기존 주주들에 대한 피해는 물론, 회사의 주주구성과 지배구조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듯 임시주주총회가 신속히 개최될 필요가 있어 법원에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포인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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