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한 여학생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격을 당하자 속옷차림으로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시위했다.
3일(현지 시각)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난 2일 젊은 여성이 속옷 차림으로 이란 테헤란에 있는 이슬람 아자드대학교의 과학 및 연구 센터에서 돌아다니는 영상이 공유됐다.
영상을 보면 한 여성이 속옷 차림으로 팔짱을 낀 채 캠퍼스를 돌아다니다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이어 화면이 전환되고 도로 위에서 차량이 멈춰서더니 안에서 10여 명이 내려 도로 위 여성을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목격자들은 여성이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제대로 숨기지 않았다는 도덕경찰(지도순찰대; 가쉬테 에르셔드)에게 물리적으로 공격받은 뒤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한 학생은 텔레그래프에 “도덕경찰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을 공격했다”며 “여성은 공격을 받아 후드티셔츠가 찢어지자 화를 내며 나머지 옷까지 벗어던졌다. 소리를 지르고 바지도 벗었고 캠퍼스 밖을 돌아다니자 도덕경찰이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이 걷기 시작한 지 몇 분 후, 사복 경찰 몇 명이 그를 매복 공격해 차에 태웠다”고 덧붙였다.
또한 여성이 체포 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매복한 경찰 차량에 치여 머리에 외상을 입었으며, 현장에는 피가 떨어져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영상이 화제가 되자 대학 측은 도덕경찰의 단속이 이뤄졌음을 인정하면서도 “캠퍼스에서 음란행위를 한 학생에 대해 캠퍼스 보안요원이 조치를 취한 후 사법기관에 넘겼다”고 해명했다. 또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학생이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과장된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행방이나 현재 상태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어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앞서 도덕경찰이 ‘정신 질환’을 이유로 명령에 불복종한 시민들을 강제로 정신 병원에 입원시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은 특히 여성의 생사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아 경찰에 체포된 후 갑자기 사망한 사건을 들어 ‘제2의 아미니’가 발생할까 우려하고 있다.
아미니의 죽음이 촉발한 히잡 반대 시위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한 학생은 텔레그래프에 “소녀들은 언젠가 알리 하메네이(이란 최고지도자)를 무너뜨릴 것이다. 이란의 미래는 물라(이란 성직자)가 아닌 자유로운 여성에 있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