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건물 앞 인도에 근조화환 10개가 나란히 섰다. 검은 리본에는 ‘NAVER 웹툰 NEVER 소비’, ‘집게손가락은 검열하는데 여성 성적 대상화는요?’ 등의 문구가 적혔다. 화환들 인근에 정차한 트럭 전광판에는 ‘검열 기준 재정립하고 전부 공개하라’, ‘소비자 조롱하는 기업 네이버 웹툰’ 등의 문구가 차례로 띄워졌다. 이날 시위는 아마추어 웹툰 ‘이세계 퐁퐁남’의 여성 비하·혐오 표현을 방관한 네이버웹툰을 규탄하기 위해 열렸다.
시위를 기획·실행한 주최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후원 등을 통해 이날 시위에 참여한 누리꾼은 100여명에 이른다. 주최자는 이날 한겨레에 “어떤 작품은 문장 하나하나 혹은 손 모양까지도 검열을 당하는데 다른 작품은 여성의 몸이 드러나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건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이라며 “왜 그런 검열 기준이 세워졌는지에 대한 네이버웹툰의 설명(을 듣고 싶고), 잘못된 기준인 만큼 재정립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시위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웹툰을 즐겨보고 여러 작품을 많이 좋아했던 사람인만큼 네이버웹툰에 대한 실망과 충격이 컸다”며 “어린 친구들이 (여성혐오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그려진 작품을) 볼 수 있는 만큼 걱정도 됐다”고 덧붙였다.
네이버웹툰에 대한 근조화환 시위는 9월25일 ‘이세계 퐁퐁남’이라는 작품이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 1차 심사를 통과하면서 촉발됐다. ‘이세계 퐁퐁남’은 39살 남성 박동수가 아내의 외도로 이혼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퐁퐁남’이라고 부르는 사례에 해당함을 자각하는 내용으로 서사가 시작된다.
퐁퐁남은 주방 세제 이름에 남성을 더해 만든 온라인 속어로, 여성의 결혼 전 성 경험을 다른 남성이 ‘설거지’해야 하는 ‘문란함’, ‘지저분함’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상대의 인격을 훼손하는 혐오 표현이다.
이 작품이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 1차를 통과한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네이버웹툰의 선택적 검열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특히 누리꾼들은 과거 웹툰 ‘전지적 독자 시점’에 등장했던 집게손가락(엄지와 검지로 ‘ㄷ’자를 만드는 손 모양) 장면이 검지손가락으로 변경됐던 점, 웹소설 원작인 웹툰 ‘화산귀환’이 원작의 표현(‘청명이 엄지와 검지를 딱 두 배만큼 띄웠다’)과 달리 손바닥으로 표현한 점 등을 거론하며 네이버웹툰이 남성 커뮤니티 등 일각에서 남성 혐오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집게손가락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집게손가락과 달리 작품의 제목과 주요 소재 자체가 혐오 표현(‘퐁퐁남’)인 콘텐츠에 대해서는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웹툰 쪽은 한겨레에 “(근조화환 시위 등에 대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세계 퐁퐁남’의 지상최대공모전 2차 심사 배제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
한편, 이번 논란으로 네이버웹툰 이용자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일간 활성 이용자수(DAU·안드로이드 기준)는 지난달 초 220만명대에서 지난달 말 200~210만명대로 줄었다. 특히 10대와 20대의 감소폭이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최윤아 기자 /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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