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채값 상승으로 수익이 줄어든 도매상들도 괴롭기는 매한가지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자 농산물도매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매출이 뚝 떨어지고 있다.
인천 남촌동농산물도매시장 상인들은 “기후위기로 생산자, 유통자, 소비자 모두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겨울 김장철을 앞뒀지만 남촌동농산물도매시장은 지난해와 달리 조용했다. 몇몇 손님들이 있었지만, 활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상추, 깻잎, 부추 등을 판매하는 박모(71)씨는 지나가는 손님들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는 “날씨 때문에 전반적으로 농사가 어려워서 지난해랑 비교도 안 되게 물량이 적어졌다”라며 “자연스레 도매 가격도 올랐는데 대표적으로 상추는 지난해보다 30% 비싸졌다. 손님들이 줄어드는 것도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과채 가게를 하는 이모(65)씨도 “보름 전엔 토마토 가격이 10kg에 10만원까지도 치솟았다”며 “지금은 5만원대로 안정화 되긴 했다. 하지만 너무 비싸진 가격에 찾는 사람이 줄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례적인 폭염으로 지난달 채소값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에 접어들며 상승 추세가 꺾였지만, 농산물 물가가 3.3%까지 올라 밥상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고온에 취약한 품목인 배추(53.6%), 무(41.6%), 상추(31.5%) 등 채소류가 11.5%나 올랐다.
대형마트 업계는 배추 사전 물량 확보를 통해 할인 행사 등을 펼치며 빠르게 대응했다. 전국 배추 농가들과 사전 협의를 통해 안정적으로 채소 공급에 나선 것이다. 시장들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면서 소비자들 관심을 받았다.
중구의 대형마트를 찾은 김모(71)씨는 “시장보다 마트가 할인해서 그런지 물건이 더 저렴하다”라며 “배추를 이렇게 살 생각은 없었는데 3000원 하는 걸 보고 3포기나 샀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도매상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의 물량 공세로 도매의 장점인 ‘저렴하다’는 공식이 공식이 깨진 것이다.
인천 중구의 대형마트와 남촌동농산물도매시장의 가격을 확인, 비교했다. 상인들은 품질로 단골 지키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40년 동안 과채 장사를 하는 유모(69)씨는 “마트에서는 대부분 중급 상품을 내놓고 단가로 경쟁한다”며 “도매시장은 상급 상품들로 기존 고객들과 지속적인 거래를 지켜나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품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곱절”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는 어찌, 저찌 고비를 넘겼다고 해도 앞으로 계속 날씨가 이럴 텐데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아진·정슬기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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