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가 공개된 이후 윤 대통령을 향한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탄핵 △하야 △임기 단축 개헌 △특검 △국정조사 등 ‘공세 수단’을 총동원해 화력을 최고 수위로 높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현재로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에만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탄핵 등을 먼저 추진했다가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탄핵이나 임기 단축 개헌을 공식 입장으로 정한 야당은 조국혁신당(혁신당)을 비롯한 소수 야당이다. 혁신당은 이달 내로 약 17개의 탄핵 사유를 정리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하기로 했다.
◇ 민주당, 11월 ‘김건희 특검의 달’ 규정
지난 2일 서울역 일대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당 추산 30만명, 경찰 추산 2만여명)를 개최한 민주당은 11월을 ‘김건희 특검의 달’로 규정하며 특검법 관철에 당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전쟁 반대’, ‘특검 실시’로 간다”며 “여러 갈래 길이 있지만 지금은 이 길이 맞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한 문제는 국민이 정한다는 취지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김건희 특검은 필연”이라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오는 14일 특검법 처리를 하고,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고려해 오는 28일에도 국회 본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또한 특검법 관철을 위한 ‘비상행동’에도 나서기로 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비상행동은 1차와 2차로 나눠서 진행한다”며 “장기전으로 갈 수 있어서 수위 조절을 하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이어 “1차는 14일까지 진행한다. 저녁 8시에서 10시 국회 로텐더홀에서 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28일까지 2차 행동 기간엔 정국 상황에 맞게 투쟁 수위를 높여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이날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조사단)’을 공식 출범시키고 진상조사를 통해 국정조사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조사단장을 맡은 서영교 의원은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한 진상을 낱낱이 조사하고 국정조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며 “특검에 이 자료가 다 쓰일 수 있도록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당내 의원들의 강경 발언도 이어졌다. 최고위에서 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듯한 발언이 적잖게 나왔기 때문이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한 것에 대해 “대통령의 책무마저 놓겠다는 것인가”라며 “정녕 그렇다면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심사숙고하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이외에도 “거짓말쟁이 대통령에게 국민이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거취 표명뿐”(주철현 최고위원), “그냥 대통령직 내려놓고 남편만 하라. 하야는 죄가 아니다”(송순호 최고위원)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 조국혁신당, ‘탄핵’ 추진… 개혁신당은 ‘개헌’ 요구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들은 특검을 넘어 윤 대통령의 거취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쇄빙선’을 자처한 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당의 기조로 삼고 이달 내 탄핵소추안 초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혁신당의 탄핵 쇄빙선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할 것”이라며 “탄핵소추안 초안을 이달 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초안은 추후 국민께서 직접 문구를 보태고 수정하는 ‘국민참여형, 신문고형’ 탄핵 소추문이 될 것”이라며 “탄핵 사유가 되느냐, 혐의가 분명한가 등은 법률적 검토를 할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시민사회와 정당의 참여도 요청했다. 그는 “8년 전 11월, 100만명이 모인 것처럼, 때가 되면 바다로 흐르듯 광장에 다 모이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혁신당은 탄핵 사유를 약 17개 정도로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는 전날(3일) 기자간담회에서 “17개 항목에 걸친 탄핵 사유들이 있어 보인다”며 △과거사 인식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 부정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방기 △거부권 남용 △시행령으로 인한 입법권 무력화 △검찰 수사‧기소권 오남용 묵인 및 방조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무력화 △대통령 관저 증축 비리 의혹 △국가정보원 개혁 퇴행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무개입 의혹 △명태균 게이트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등을 언급했다.
개혁신당은 내각 총사퇴와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 개헌 등을 요구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각 총사퇴에 대해 “현재의 내각은 대통령의 방패막이 역할에 그치고 있다”며 “내각이 전면 사퇴해 국정 쇄신의 단호한 의지를 보이라”고 요구했다.
또 임기 단축 개헌에 대해선 “대통령의 임기는 더 이상 국정 운영의 동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임기 단축 개헌으로 새로운 공화국을 준비하는 것이 윤 대통령이 역사 앞에 이행할 마지막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윤 대통령의 사과와 김건희 특검 즉각 실시도 요구했다.
허 대표는 “이것은 최후의 경고”라며 “개혁신당은 장외투쟁을 선호하지 않지만,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를 대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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