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잠수사 한재명씨가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3일 세월호 민간 잠수사 중 한 명인 황병주 씨는 “지난 9월 25일 이라크 공사 현장에서 한재명씨가 산업재해로 숨졌다”며 “현지 사정이 좋지 않아, 지난 2일에 시신을 운구했다”고 밝혔다.
해병대 출신 민간 잠수사였던 한씨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듣고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향해 두 달여간 구조 활동을 하고 희생자들을 수색했다. 한씨를 비롯한 민간 잠수사 25명 덕분에 희생자 299명 중 235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 수색에 참여한 이후 한씨는 뼛속 혈관에 혈맥이 통하지 않아 뼈가 썩는 잠수병인 골괴사와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결국 생업을 떠났다. 당시 한씨 등 민간 잠수사들은 해군의 하루 잠수 활동 안전 지침인 8시간보다 많은 12시간 넘게 잠수를 강행하다 후유증에 시달렸다.
2018년에 공개됐던 다큐멘터리 ‘로그북-세월호 잠수사들의 일기’에서 한씨는 “어쩌다 수면제가 떨어져서 안 먹으면 악몽을 세 번 연속 꿀 때가 있다. 편안히 잠들고 싶어 자꾸 의존한다”고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씨는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해양경찰청은 구조 활동 중에 발생한 질병과 상해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여 년이 흘러 한씨는 지난 9월 25일 49세의 나이로 이라크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씨는 민간공사 현장에서 잠수 작업을 하던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 현지에서 확인한 사인은 잠수병에 따른 심정지였다.
한편, 한씨의 동료인 황병주 잠수사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활동을 한 민간 잠수사 25명 중 한씨를 포함해 8명이 골괴사를 앓았다. 지원 대상으로 인정되어 국가의 치료비를 지원받은 사례는 없다.
배민지 에디터 / minji.bae@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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