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한국갤럽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 후 최하위인 1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오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럽도 20%를 넘기는 정상이 많지 않다”고 해명하자, 동아일보가 “한가한 정신 승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 관련 질문을 하자, 정진석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사람으로서 송구하다”면서도 “높은 지지도가 아니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도 계속 15%, 13% 내외였고 유럽도 20%를 넘기는 정상이 많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자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4일 「‘지지율, 기시다보다 높은데 뭘…’ 용산의 기막힌 정신승리」 칼럼에서 “앞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 등의 상투어가 따라붙기는 했지만, 낮은 지지율 때문에 퇴진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 사례까지 끌어다 대며 ‘나보다 못한 애도 있어요’라고 강조한 것을 보면 어느 쪽이 진짜 하려는 이야기였는지 쉬 짐작이 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진석 비서실장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천광암 논설주간은 “우선 ‘20%를 넘기는 유럽 정상이 많지 않다’는 정 실장의 말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며 “미국의 모닝컨설트는 한국 미국 유럽 남미 등 세계 25개국 정상의 지지율을 매달 조사해서 발표하고 있는데, 가장 최신 버전에 해당하는 ‘9월 25일∼10월 1일 조사’에 따르면 유럽 정상 14명 중 20% 미만이 1명, 20%가 2명, 29%가 1명이었고 나머지 10명은 31∼59%였다. 오차를 감안해 20% 2명을 10%대 그룹에 넣더라도 20%를 넘는 정상이 11 대 3으로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유럽을 쳐다보면서 ‘위안거리’를 찾을 일이 아니다. 참고로 이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6%, 25명 중 최하위”라고 했다.
천광암 논설주간은 “문제는 이대로 레임덕을 맞기에는 윤 대통령이 해놓은 일이 너무 없다는 점”이라며 “기회 있을 때마다 노동·교육·의료·연금 4대 개혁 및 저출생 극복을 강조해 왔지만, 손에 쥘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는 거의 없다. 남은 절반의 임기 중에라도 개혁 성과를 내려면 내부 결속과 국민의 안정적 지지 확보가 필수적인데, 여당은 ‘여사 리스크’를 둘러싼 갈등과 윤 대통령의 고집으로 이미 두 동강이 났고 중도층은 지지를 접은 지 오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용산의 위기의식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 규명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는데 특검은 고사하고, 특별감찰관 도입마저 싫다고 버티는 중이다. 대통령 부부의 진솔한 사과는 감감무소식이다. 대통령 참석이 관행인 국회 시정연설에도 총리를 대신 보낸다고 한다. 야당이 뭐라건 중도층 민심이 어떻건,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핵심 지지층만 단단히 붙잡고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산(誤算)”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갤럽 조사의 여당 지지층의 긍정 부정 평가도 44:44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 지지기반 중의 하나인 대구·경북의 긍정 평가는 전국 평균보다 오히려 1%포인트가 낮았다. 스포츠 경기를 떠올려 보면, 잘하는 상대편 선수보다 느슨한 플레이로 실수를 연발하는 우리 편 선수에게 더 많은 비난이 쏟아진다. 정치에서도 기대나 희망이 포기나 절망으로 변하는 순간 ‘못하는 우리 편이 가장 미운 법’”이라며 “이번 조사를 보면 이미 임계점을 넘었는지도 모른다”며 “한가한 정신승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최재혁 조선일보 정치부장은 지난 2일 「지금 尹 대통령 곁에 누가 남았나」 칼럼에서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관계에서 ‘내로남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혁 정치부장은 “오는 10일이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반환점을 돈다.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19%로 나왔다. 이런 추세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근원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결정적인 것은 ‘공정과 상식’이라는 핵심 가치의 붕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과거 검찰총장일 당시 자신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고 말했다. 최재혁 부장은 “윤 대통령이 과거 했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말에는, 듣는 이를 격동시키는 무언가가 있었다.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린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며 “그러나 그 말은 부메랑이 돼 윤 대통령을 향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대등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상하(上下) 관계는 아니다. 검찰총장이 법무 장관의 부하가 아니듯,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부하는 아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통령 뜻에 따라 당대표가 갈리는 일이 반복됐다. 총선이 코앞인데 당대표 역할을 하는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나가라고 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최재혁 부장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공직자로서의 소명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자의적 지배를 거부하고 법과 제도가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를 지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6개월 동안 자신의 말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무엇을 하든 대통령 본인의 고통이 수반된 ‘공정과 상식의 복원’이라는 코드가 들어가야만 한다”고 당부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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