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공천을 김영선 전 의원에 주라고 했다고 말하는 명태균씨와 통화 육성이 공개된 것을 두고 일부 ‘친윤’ 국민의힘 의원들이 ‘조작’ 또는 ‘편집’ 의혹을 제기하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가 안드로메다급 인식에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4일자 중앙일보 30면 ‘양성희의 시시각각’ 고정 칼럼 「녹취록의 시대」에서 녹취록이 과거 정치의 흐름을 바꾼 사례로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클린턴-르윈스키의 부적절한 관계 폭로 사건 등을 들었다. 국내에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도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휴대폰 녹취에서 시작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형수 욕설 녹취’는 그의 비호감 이미지를 굳힌 결정적 계기였다고 소개했다.
양 칼럼니스트는 “녹취록에 관해서라면 이 정부는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김 여사의 ‘서울의 소리 7시간 녹취’부터 이런저런 녹취와 문자 공개가 끊이지 않고, 그를 통해 부주의하고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양 칼럼니스트는 특히 △서울의 소리 7시간 녹취 속 여사는 후보의 배우자라기보다는 대선 캠프의 수장 같았으며 △몰카 함정 취재 논란이 있지만, 여사가 명품백을 건네받는 장면과 카톡 대화도 공개됐고 △김대남 전 대통령실 비서관의 경우 녹취에서 대통령에게 멸칭을 쓰고, 일신의 영달에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양 칼럼니스트는 그 중 압권은 한 달 넘게 정국을 뒤덮고 있는 명태균 녹취록이라면서 공천 개입을 암시하는 대통령-명태균 통화 녹취를 언급했다. 대통령실이 취임 전 당선인 신분 때의 일이니 아무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으나, 민주당은 취임 이후 두 사람의 통화 녹취도 확보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 칼럼니스트는 “여사 리스크에 민주당의 ‘대표 방탄용 탄핵 공세’가 거세질 텐데, 앞으로 또 어떤 녹취가 터질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는 것은 자유지만 대통령이라는 공적인 자리에 맞게 말을 가리고 사람도 가려서 만나야 한다는 공적 마인드를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양 칼럼니스트는 “평범한 사인들도 내 통화가 녹음·공개될 수 있다고 의식하기 마련인데 이 조심성 없음은 자신감인가, 개념 없음인가”라며 “윤 대통령은 사인 시절 번호 그대로의 개인 폰으로 장차관 등과 통화하며 업무를 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 칼럼니스트는 “아무리 휴대폰 없이 못 사는 세상이라지만 대통령 내외의 휴대폰이 핵폭탄이 돼버린 난센스 같은 상황”이라며 “이 와중에 일부 친윤들은 ‘녹취록 편집’ 주장을 하고 ‘부당하게 정권을 비판하는 음모를 막아내기 위해 뭉치자’(추경호 원내대표)고 외치고 있다니 안드로메다급 현실 인식이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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