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진선규가 영화 ‘아마존 활명수’(감독 김창주)로 관객 앞에 섰다.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으로 분해 파격적인 외적 변신부터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보여준 그는 “캐릭터가 희화화되지 않게 경계했다”면서 진심을 다해 작품에 임했음을 전했다.
진선규가 호연으로 완성한 ‘아마존 활명수’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인 전 양궁 국가대표 진봉(류승룡 분)이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진선규 분)과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을 만나 제대로 한 방 쏘는 코믹 활극이다. 영화 ‘발신제한’으로 연출자로 데뷔한 김창주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지난달 30일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매료한 류승룡과 진선규 주인공으로 나서 ‘빵’ 터지는 코미디를 기대하게 했던 ‘아마존 활명수’는 유쾌한 웃음은 물론, 따뜻한 메시지로 진한 감동을 자아내며 관객을 매료하고 있다. 진선규 역시 웃음과 의미를 모두 담은 이야기가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휴먼드라마 속에 녹아져 있는 웃음, 스포츠 영화의 매력 그리고 마지막에 느껴지는 감동이 있었어요. 영화에서 제일 좋은 장면이 웃기고 박장대소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 시카(원주민)의 눈이 좋았죠. 또 그 친구들이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같은 느낌이었어요.
영화를 보고 나면 웃음보다 감동이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가장 좋았던 순간이 시사회 끝나고 큰 딸이 ‘아빠가 한 영화 중에 제일 재밌다’고 말했을 때거든요. ‘극한직업’ 속 모습보다 이 친구들에게는 자연이나 작품의 메시지가 더 크게 다가온 것 같더라고요. 아이들은 또 다르게 느끼고 있다는 건데, 아이들이 재밌어하고 좋아해 줘서 이 영화에 대한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극 중 진선규가 연기한 빵식은 진봉과 아마존 전사들 사이 통역사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한국인 할아버지, 볼레도르인 할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으로, 통역뿐만 아니라 유튜버로도 활약하며 발랄하고 밝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진선규는 능청스러운 연기와 파격적인 스타일로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빚어내 호평을 얻고 있다.
언어부터 의상, 분장 등 제작팀과 오랜 상의와 고민 끝에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진선규는 “이런 역할 자체가 기시감이 크고 어디선가 비교될 수도 있고 비하로 비칠 수도 있는 것들이 생기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말투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많은 외국인들의 영상을 찾아봤어요. 어느 나라에서 왔든 어쩔 수 없는 뉘앙스가 존재하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나로부터 출발하려고 했고 기시감이 들 것 같은 것은 최대한 빼려고 했어요. 조금이라도 비하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노력했어요. 빵식은 발랄하고 유쾌한 인물인데 극 중에서 계속 (한국인인)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았다고 하고 자신은 한국 사람이라고 하거든요. 그런 것들이 더 강조되길 바랐어요. 라이트하면서 호감으로 비치길 바랐죠.”
실제 아마존 부족의 후예로, 아마존 문화와 의식을 존중하고 따르는 배우 이고르 페드로소(시카 역)의 역할도 컸다고 전했다. 진선규는 “진짜 있는 말들을 썼는데 시카 역의 배우가 진짜 원주민의 후예기도 해서 이 작품을 시작할 때 번역된 말 중에 그들이 좋아하지 않는 표현들을 짚어줬고 부족들의 문신도 의미를 다 따져서 조율해 줬다”며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비주얼 구축 과정도 떠올렸다.
“빵식은 아주 외향적인 사람이에요. 볼레도르 안에서도 늘 튀려고 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 잘보이고 싶어 했을 거예요. 그런 모습을 의상에 담고자 했죠. 의상 착용 첫날 모든 게 다 정해졌어요. 머리도 볶고 가고 얼굴도 진하게 칠하고 화려하고 컬러풀한 옷을 입었어요. 특히 머리는 할아버지 역할과 차별화를 주기 위해 최대한 다르게 보이고 싶었거든요. 파마를 하러 미용실에 갔는데 아무리 얇은 걸로 해도 그렇게 뽀글뽀글하게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실핀으로 다 말고 꼬아서 완성한 머리예요. 3시간씩 걸렸어요. 가만히 있는 걸 잘해서 힘들진 않았어요.(웃음)”
‘극한직업’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 류승룡을 향한 강한 신뢰를 내비치기도 했다.
“(류승룡) 형이 늘 그런 말을 해요. 이야기가 흘러가는 와중에 진짜로 타당성이 있으면 해도 되는 거라고. 그게 아니라 그냥 막 하는 것은 아무 소용 없다고. (류승룡이) 정극과 코미디를 왔다 갔다 하면서 극적인 작품을 많이 했는데 그냥 연기를 너무 잘해요. 그런데 그 심지는 웃기기 위한 게 아니라 원래 가야 할 진지함을 가지고 가기 때문에 그게 나중에 웃음으로 바뀌고 감동으로 바뀌고 감정으로 바뀌는 거라고 생각해요.”
진선규는 지난달 1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통해 글로벌 시청자와도 만나고 있다. 극 중 양반 출신으로 난세에 민중들을 이끌고 위기를 헤쳐 나가는 의병장 김자령으로 분해 빵식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아마존 활명수’와 ‘전,란’을 같이 찍고 있었는데 ‘전,란’ 팀이 (분장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상투가 계속 뜨니까. 머리에 핀을 다 꽂아서 최대한 누른 다음에 상투를 썼어요. 얼굴은 전혀 튀지 않았어요. 자령도 까무잡잡해서 그대로 가면 됐죠.(웃음) 연기는 되려 너무 재밌었어요. 제가 극 I(내향적인) 성향이라 빵식이를 하고 나면 집에 가서 진이 쏙 빠졌거든요. 계속 텐션을 높여야 하고 유쾌함을 유발해야 하고 그러니까. 그렇게 찍다가 자령은 호흡을 축 내리면서 가만히 있었던 시간들이었어요. 그게 저에겐 오히려 균형을 맞춰준 것 같아요.”
‘핵인싸’부터 인자한 선비의 얼굴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또 한 번 입증한 그는 더 다채롭게 채워갈 앞날을 예고하며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필모그래피가 다양하다는 말은 배우에게 되게 좋은 칭찬이에요.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행운이죠. 제가 선택도 그렇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 제 성향이 조용하고 그렇다 보니 자령 같은 역할은 ‘내가 만약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이렇게 살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무술도 좋아하고 누군가를 도와가면서 살았겠지 싶은. 연기할 때 너무 편하고 마음도 따듯해졌어요. 그리고 배우 진선규로서 저런 연기를 하고 싶다고 욕망을 느낀 건 빵식이었고요. 제가 아닌 다른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는 게 좋더라고요. 그렇게 작품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크게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앞으로도 그렇게 채워나갈 생각입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