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단 하루를 남겨둔 가운데, 전세계 금융시장도 대선의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통상 시장에서는 선거 결과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크고, 주식부터 달러, 국채, 암호화폐까지 영향을 받는다.
2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로화와 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3.2% 올라 2022년 4월 이후 월간 기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이달 첫 거래일이었던 1일에도 0.33% 상승하며 104.32로 올라섰다.
◇트럼프 당선시 보호무역주의 강화…달러 강세 이어질 듯
최근에 연일 이어지는 달러 강세는 미국의 경제 지표 호조의 영향도 있으나,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기대감이 작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미국 내 물가를 끌어올리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속도를 둔화시킬 수 밖에 없다. 긴축적 통화정책은 결국 강달러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화는 두달 만에 6.5%가량 뛰어올랐다. 월가에서는 관세 정책으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중국, 멕시코 등 무역 상대국 통화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달러 가치의 향방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브래드 백텔은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달러인덱스가 매우 빨리 100.0로 갈 것”이라고 본 반면, TD증권의 마크 매코믹은 해리스 부통령 당선이 근본적으로 달러 가치에 부정적 요인은 아니라면서 경제지표, 기준금리 등이 모두 달러에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국채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하락…“재정 적자 확대될 것”
미국 국채의 경우 누가 당선되더라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크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는 3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bp(1bp=0.01%포인트) 상승한 연 4.274%로 지난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3bp 상승한 연 4.131%다.
이는 어떤 대통령이 집권하더라도 재정 적자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재정 적자가 늘어나면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고, 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레이더들은 다음달 말까지 10년물 국채금리가 4.5%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경제학자 에드워드 야데니는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미국 대선이 다가오지만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모두 재정적자 감축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있어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런 우려를 반영해 지난 5월부터 “적어도 향후 몇 분기 동안은 국채 및 채권 경매 규모를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이 지침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되면 반도체·전기차·친환경 부문에 악재, 해리스 되면 호재
각 후보가 당선될 경우 영향을 받는 산업은 어딜까.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힘을 잃게 되면서 반도체·전기차·친환경 부문에 악재, 내연기관차·석유 업계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에는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관련주가 수혜주로 꼽힌다.
최근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경제전문가 7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트럼프 당선 시 S&P500지수가 9월 말부터 연말까지 5~10%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률이 50%에 육박했다. 응답자 20%는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자와증권의 미츠이 이쿠오 펀드매니저는 “해리스 당선과 민주당의 상·하원 장악은 법인세 인상 리스크로 인해 기업 실적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며 “지수 상승률은 5% 미만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 암호화폐 업계의 대장 비트코인의 경우 최근 1억원을 돌파했다가 9500만원 선을 횡보하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다소 낮아진 탓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 따르면 지난 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기존 67%에서 61%로 하락했다.
최근 고공행진하는 금·은 가격은 미국 대선 결과와 별개로 꾸준히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 가격 상승은 미 대선과 중동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다만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는 경우 금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 강세로 각국 통화 가치가 낮아지는 것에 대한 헷징 수단으로서 금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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