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외교’를 위해 유럽으로 출장을 떠난 김동연 경기지사가 한국 반도체 시장을 견인할 성과를 얻고 돌아왔다. 김 지사는 이번 출장의 성과로 세계적인 기업들과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함께할 파트너십을 쌓은 것을 꼽았다.
▲ ASM 3조원 투자키로…AMSL, 투자 확대 약속
김 지사는 1일(현지시간) 오전 11시 네덜란드 알메르에 위치한 ASM 본사 회의실에서 정명근 화성시장, 히쳄 엠사드 대표(CEO), 폴 베르하겐(Paul Verhagen) 재무총괄이사(CFO)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와 화성시, ASM 간 ‘상생협력 협약'(MOU)에 서명했다.
협약에 따라 ASM은 세계 1위 기술을 보유한 ‘증착’ 장비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도내 기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납품받기로 했다. ASM 연매출이 3조8000억원대 이르는 만큼 연간 구매액은 수천억원대 규모일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도가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ASM은 오는 2027년까지 3년간 1조5000억원, 그 다음 3년인 2030년까지 1조5000억원을 합해 향후 6년간 총 3조원 가량의 부품을 도 기업으로부터 조달받을 예정이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후 4시30분 네덜란드 벨트호벤 ASML 본사에서 정명근 화성시장과 함께 최한종 ASML코리아 대표, 루드 클라센 ASML글로벌 대외협력 전략매니저 등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날 만남은 ASML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사업 확대를 위한 민·관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ASML은 약 3000억원(2억5000만 달러)을 투자해 화성시 동탄에 1만6071㎥ 규모의 한국 공장을 조성 중에 있다. 내년 8월까지 장비부품 재제조, 교육센터 체험관 등 300명 이상을 고용하는 반도체 노광장비 클러스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ASML은 도내 지속적인 투자 확대와 함께, 현재 중단된 삼성전자와 협력도 다른 형태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다. 지난해 ASML과 삼성전자는 약 1조원을 공동 투자해 국내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R&D센터를 짓는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으나 현재 중단된 상태다.
이 밖에 네덜란드 노르트브라반트주와 우호협약을 맺어 경제, 환경, 문화, 연구개발 등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하기로 했다. 노르트브라반트주는 ASML과 필립스 등 첨단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이 있는 네덜란드의 경제 중심지다.
▲“반도체 산업 비전·활력 고민”
김동연 지사는 1일(현지시간) 오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5박 7일간의 유럽 방문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경험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김 지사는 “제일 인상에 남았던 게 두 반도체 장비업체(ASM·ASML) CEO들과 기탄없이 솔직하게 토론한 것이다. 궁금증을 토대로 식견과 비전을 가지고 토론했고 그분들로 하여금 (경기도에 대해) 더 신뢰를 가지게 했다”며 “거창하게 대접받고 환대받은 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기업 임원진들과의 회담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전망 ▲AI 반도체 급부상 ▲반도체 시장에서 미·중 간 패권주의 다툼과 그로 인한 리스크 ▲국제정치의 변화가 한국경제나 반도체에 미치는 영향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에 대한 전망 ▲반도체 분야 신재생에너지 활용 계획 등을 주제로 심도 깊고 격의없는 토론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대한 전망도 언급됐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 실적이 다소 부진한 면이 있고 이에 대해 우려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는지, 삼성과 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우려되는 바가 있는지 (물었다)”라며 “전체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서는 기간별로 변동은 있겠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우상향을 그릴 것이라는 데 다 동의를 하고 한국 반도체 잠재력에 대해 두 회사 다 높이 인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에서는 (반도체 생산 장비) 수요가 생기지 않거나, 미리 주문했다가 갑자기 취소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장기적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기업들이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김 지사는 “세계 반도체 시장과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가야 할지 서로 비전을 공유하고 길게 봐서 같이 가야 될 파트너로서 그 위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몇몇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비전과 활로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 때문에 약간의 사명감을 가지고 유럽에 갔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에 몇 조원을 투자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뛰어넘어 반도체 산업의 장래를 어떻게 할지, 미래 먹거리를 어떻게 할지 많이 고민하고 공부했다”고 전했다.
/박다예 기자 pdye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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