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이 처음으로 10%대로 내려앉았다.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9일 앞두고서다. 토요일 발행하는 신문들은 이 소식을 1면 머리기사에 올렸다. 신문들이 논조를 막론하고 사설에서 ‘특단의 조처’를 주문한 반면 그 내용은 신문마다 갈렸다.
지난 2일 발행한 토요일 발행 신문들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아래와 같다.
국민일보 : 尹 지지율 10%대 추락 ‘국정 동력’ 상실 우려
동아일보 : 尹 지지율 첫 10%대…긍정 19%, 부정 72%
조선일보 : 지지율 19%, 모든 계층에서 부정적
중앙선데이 : 지지율 19%, 녹취록 윤 탄핵 시동 거는 야
한겨레 : 나는 치매 당사자입니다
한국일보 : 尹 지지율 20% 붕괴… 與 위기감 증폭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19%, 부정평가는 72%로 집계됐다. 긍정평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 부정평가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화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17%였다.
이는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관련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전에 나온 결과다. 국민일보는 “지지율 하락의 최대 원인은 ‘김 여사 리스크’”라며 “갤럽 조사에서 김 여사 문제는 부정평가 이유 1위(17%)를 차지했다. 이번 여론조사에는 민주당에서 공개한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관련 통화 녹취록 파문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지율이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임기 반환점을 맞기도 전에 지지율 20%선이 무너지면서 향후 국정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TK의 윤 대통령 긍정 평가는 18%로 전국 평균 19%보다도 낮았다”며 “PK의 긍정 평가 역시 전주보다 5%포인트 하락한 22%로 서울(22%)과 같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임기 반환점(10일)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국정 운영 동력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평가받는 20%대가 무너진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3·4면 기사에서 여론조사 풀이와 대통령실 반응, 야당의 반응을 다뤘다. 대구 서문시장의 상인과 시민을 인터뷰한 기사 「“그게 다 집안 단속 못한 탓 아잉교 김여사 사과해야”」도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한국갤럽이 매주 정기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래 대통령 지지율이 20%를 밑돈 적은 두 차례뿐”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5년 차였던 2012년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3주간 10%대를 기록했는데, 17%까지 떨어졌다가 독도 방문과 대일 강경 발언 등으로 8월 중순 26%로 반등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으로 2016년 10월 말 17%를 기록했고 그해 말 국회에서 탄핵 소추될 때까지 매주 4~5%를 기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4월 29%가 최저치”라고 했다.
조선일보 “윤 대통령이 19%로 역대 최저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2%p 상승했다”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5면에 전·현 정치인들과 정치평론가들 주문을 모은 「윤 전면 쇄신 나서고, 김여사는 활동 중단 직접 밝혀야」를 배치했다. 같은 면에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녹음 공개로 야권의 탄핵 공세가 고조되고 여론이 악화하자 여권에서 ‘내각 총사퇴’ ‘대통령실 참모 전면 개편’ 요구가 터져나오고 있다”고 여당 반응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과 공개 이튿날 더불어민주당의 행보에 주목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은 물과 같아서 정권을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뒤집어엎을 수 있다”고 했고, 친이재명계 의원들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20여 명의 야권 의원이 ‘임기단축개헌연대’ 준비모임을 구성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 지도부 자체는 ‘탄핵’을 입에 올리진 않았다. 의도는 뚜렷했다. 일종의 ‘더블스피크’”라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임기 반환점도 지나지 않아 이 벽(지지율 20%)이 무너진 건 윤 대통령이 처음”이라며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교수 인터뷰로 “대구경북마저도 인내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건 탄핵의 전조현상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익명의 여론조사 전문가의 인터뷰로는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고 뭘 해도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아 정부의 정책이 실현될 수가 없는 수준”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20%와 한끗 차”라는 용산… 정진석 “유럽도 20% 넘는 정상 많지 않아”」에서 “윤 대통령 지지 기반을 흔드는 부정 평가 요인으로 지목된 김건희 여사 문제를 직접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다만 임기반환점(10일) 이전은 어렵다는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의 직접 사과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라며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도 불참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 및 장수 내각 교체 요구에도 현재로선 ‘전혀 검토한 바 없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라고 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지율 관련 질문에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사람으로서 송구하다”라면서도 “높은 지지도가 아니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도 계속 15%, 13% 내외였고 유럽도 20%를 넘기는 정상이 많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이 국회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육성 녹취에 대해 보인 반응도 보도됐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공천개입, 선거개입과 같은 불법행위가 없었다”며 “법적, 정치적, 상식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매몰차게 명씨를 끊었지만,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는 그렇게 못하는 것” “진짜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문재인 전 정부 때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지난 정부 때 일을 방패 삼아 윤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등 위반 논란을 덮고, 부적절한 처신 지적도 ‘인정’에 호소하며 피해가려 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답변에 나선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방불케 했다”며 윤 대통령이 오는 4일 ‘2025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불참을 고려한다는 언급을 두고 “실제 불참할 경우 ‘국회 무시’라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라고 했다.
신문들은 사설에서 이구동성으로 ‘특단의 조처’를 요구했다. 다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달랐다. 한겨레는 정진석 비서실장의 발언을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하면서 “현 정권의 ‘성역’이 된 김 여사 문제와 이를 대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 경제·민생·안보 등에서 드러난 정권의 무능에 민심이 떠나고 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정치적·법적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특단의 조처로 국민의 신뢰부터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특단의 조치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사과문 발표 다음주 지지율이 5%까지 추락한 끝에 탄핵의 나락에 떨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김건희 라인’ 비서진 교체 △특별감찰관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등을 ‘한동훈 대표의 3대 요구’라며 받아들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 부부가 국민 앞에 정직하게 해명”해야 한다며 “법리를 따지거나 그래도 남은 의혹의 전모를 밝히는 것은 그다음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10%대 국정 지지율은 탄핵 국면이나 IMF 사태 같은 극단적인 상황 때나 나오는 수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최근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4대 개혁 추진이 민생’이라며 ‘연내 성과가 나오도록 속도를 내달라’고 했다. 4대 개혁 카드로 김 여사 논란 등 정치적 곤경과 지지율 하락을 벗어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혁은 국민 지지가 없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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