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번 주부터 677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일정을 시작한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본회의 표결을 밀어붙일 예정이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선고를 계기로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예산안 심사에서의 ‘강 대 강’ 대치 분위기도 예고된 상황이다. 올해도 예산안이 법정 기한(12월 2일)을 넘겨 처리될 가능성이 크단 우려가 제기된다.
3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는 법제사법위원회를 시작으로 오는 4일부터 내년도 예산 심사에 돌입한다.
이번 예산 국회는 4일 예산안 시정 연설부터 얼어붙은 정국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일정이 미정이긴 하나, 11년 만의 ‘총리 대독’ 연설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이후 현직 대통령은 매년 국회를 방문해 시정연설을 해왔으나,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이 불참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내용 공개를 둘러싼 여야의 정면충돌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여야는 오는 7~8일 진행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정책질의에서도 예산 심사 방향을 둘러싸고 날 선 신경전을 펼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긴축 기조를 두고 재정 건전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정부를 엄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민주당은 부자 감세에 따른 긴축이라며 정부를 몰아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 삭감과 증액 대상을 놓고도 여야는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서민 복지, 미래 먹거리를 위한 반도체 관련 정책 과제와 지역 균형 발전 사업 등의 예산 증액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면서 예산 심사 과정에서 민주당이 시도할 ‘이재명표 예산’의 증액을 차단하는 한편, 정부 예산에 대한 야당의 지나친 감액 요구를 방어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또 국민의힘은 지역화폐 추가 발행 관련 사업을 ‘이재명표 포퓰리즘 예산’으로 규정하고, 민주당의 증액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김 여사와 연관 지을 수 있는 예산을 삭감 ‘1순위’에 올렸다. 윤 대통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지역 순회 민생토론회를 열어 각종 정책과제 추진 방침을 밝혔는데, 민주당은 이를 선심성 사업으로 규정했다. 7900억원으로 편성된 마음 건강 지원 사업, 3500억원이 책정된 개 식용 종식 관련 예산도 김 여사가 관심을 기울인 ‘김건희표 예산’으로 규정하고 전액 삭감하려는 입장이다.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예산에 대해서도 ‘칼질’을 예고했다.
이처럼 여야가 ‘예산 전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이달 14일 열릴 본회의를 거치며 양당의 대결 구도는 한층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에 화력을 집중하는 민주당은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꼭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15일 예정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1심 선고 공판, 25일 진행되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계기로 그의 사법 리스크를 재차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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