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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매 잡는 라따뚜이?… 아프리카 거대쥐는 훈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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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밀매 단속을 위해 훈련받은 아프리카 도깨비쥐. 사진=아포포

세계에서 가장 큰 쥐로 알려진 아프리카 도깨비쥐(African giant pouched rat; 아프리카 거대 주머니쥐; 이하 거대쥐)가 야생동물 밀매 단속에도 투입될 전망이다.

평균 수명 8년, 꼬리를 포함한 몸길이 1m에 달하는 이 거대한 설치류는 높은 지능과 예민한 후각으로 이미 자연 재해 생존자 구조, 결핵균 탐지, 지뢰 탐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탄자니아에 있는 벨기에 비영리 단체 ‘APOPO'(대인지뢰탐지개발기구)는 이미 거대쥐를 훈련해 사람이나 탐지견이 드나들기 어려운 지역에 지뢰를 찾기 위해 투입하고 있다. 거대쥐는 지뢰가 작동하지 않을 가벼운 몸으로 순식간에 지뢰 매장지를 돌아다니며 지뢰를 찾아낸다.

APOPO가 새롭게 주목한 분야는 야생동물 밀매다. 불법 야생동물 거래 규모는 연간 최대 230억 달러(31조 7000억원)로 추산된다. 위조품, 마약, 인신매매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불법 시장이다.

세계자연기금(WWF) 미국 야생동물 범죄 및 정책 부문을 담당하는 크로포드 앨런 부사장은 “동물 밀매는 규모에 비해 위험성은 낮다”며 “범죄조직은 특히 아프리카 국가의 수출입 검사에 허점이 많다는 점을 악용해 범죄를 벌인다”고 말했다.

코끼리 상아, 코뿔소 뿔 등은 나무처럼 보이도록 색칠되거나, 작은 선적물 사이에 숨겨지고, 초콜릿바 모양으로 잘라 초콜릿처럼 포장돼 해외로 빠져나간다. APOPO는 여기에 거대쥐를 투입하면 불법으로 반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봤다.

포상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 도깨비쥐. 사진=아포포

학술지 ‘프런티어즈 인 컨저베이션 사이언스’에 게재한 APOPO 주도 연구에 따르면 거대쥐는 훈련을 통해 코끼리 상아, 코뿔소 뿔, 천산갑 비늘, 아프리카 흑단나무를 냄새로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탄자니아 소재 동물 훈련 비영리단체 아포포와 함께 거대쥐가 좋아하는 먹이 등을 이용해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에는 1년 정도가 소요됐다. 일주일 중 닷새간 진행되는 훈련 세션에서 연구팀은 땅콩, 잎, 가발, 세제 등 밀수품을 흔히 숨기는 제품들 사이에 상아 등을 숨기고 관찰했다.

호기심이 강한 동물이기 때문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았고, 밀수품을 찾아내면 훈련사가 포상을 주는 방식으로 훈련했다.

야생동물 밀매 단속을 위해 훈련받은 아프리카 도깨비쥐. 조끼에 달린 호출기를 당겨 신호를 내고 있다. 사진=아포포

맞춤 제작된 조끼를 입은 거대쥐들은 밀수품을 식별하면 앞발로 조끼에 달린 호출기를 당겨 삐-소리로 신호를 보낸다.

거대쥐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짧은 훈련 시간, 다양한 훈련자들과의 유연한 작업, 비용 효율성이다.

훈련 비용은 한 마리당 7000~8000달러(약 950만∼1100만 원)로, 엑스레이나 CT와 같은 전자 검사장비보다 훨씬 저렴하다. 또한 탐지견에 비해 몸이 작아 빽빽하게 자리한 컨테이너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효율적으로 탐지 작업을 펼칠 수 있다.

앨런 부사장은 “아프리카에서는 더 저렴하고 지속 가능한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이런 솔루션이 개발되면 적발 위험이 증가하고 상업적 가격이 상승해 자연스럽게 수요가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이번 훈련의 의의를 설명했다.

아포포는 지난해 탄자니아 상업 수도 다르에스살람 항구에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거대쥐들이 야생 동물 샘플의 85%를 찾아냈다고 전했다.

거대쥐는 특수한 향을 구별해내는 훈련과 다른 냄새를 무시하는 훈련을 받았고, 냄새를 기억하는 데 개만큼 능숙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평가다. 또한 8개월 동안 냄새를 맡지 않은 후에도 이전에 훈련한 냄새를 정확히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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