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1일 “상속 단위가 가족이 아닌 개인으로 변화한 시대를 반영해 1997년 이후 한 번도 개정하지 않은 낡은 상속세제를 오늘날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기획재정부와 세법학회가 이날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개최한 ‘유산취득 과세 전문가 토론회’에서 “현행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제는 응능부담의 원칙(납세자가 부담능력에 맞게 공평하게 과세한다는 원칙)에 미흡할 뿐만 아니라,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도 합산과세돼 상속인이 받지도 않은 재산에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현행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가 아니라 상속 재산을 상속인들이 나눈 후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토론회에는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과 김건영 기재부 조세개혁추진단장, 다수의 학계·민간 전문가가 참여했다.
현행 상속세제는 상속 재산 전체에 세금을 부과해 상속인에게 분배하기 전에 세금을 먼저 내야 하는 ‘유산세’가 적용되고 있다. 현행 상속세는 ▲1억원 이하 10%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로 구간별 세율을 적용한다. 상속세 과세 대상 경제개발기구(OECD) 24개국 중 한국을 포함한 4개국만 유산세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상속재산을 상속인들이 나눈 후 각자의 몫에 대해 개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제도를 검토 중이다. 이 방식은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유산세 방식은 50억원의 자산을 다섯 자녀에게 각각 10억원씩 물려줄 경우 50억원 전체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현행 상속세율에 따르면 자녀 한 명당 내야하는 세액은 4억800만원이다. 반면, 10억원의 자산을 한 자녀가 단독상속 받을 경우 산출세액은 2억4000만원이다. 같은 상속금액(10억원)임에도 세액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이다.
그러나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면, 자녀 각자가 받은 10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10억원을 단독상속받는 경우와 다섯 자녀가 나누어 10억원씩 상속받는 경우, 산출세액은 2억4000만원으로 동일하게 과세된다.
기재부는 내년 상반기 상속세법 개정안 제출을 예고하며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는 지난 2022년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지난해 조세개혁추진단을 설치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월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 유산취득세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에 대해 “1주택자 등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낮춰줄 수 있어 단순히 유산취득세를 ‘부자 감세’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과도했던 과세 제도의 정상화로 봐야 한다”며 “소비촉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할증평가 폐지, 공제금액 합리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할 시 행정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선명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유산세가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뀌면 실질과세대상을 측정하기 위한 많은 행정수요가 더 많이 필요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도 필요하다”라며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한 부의 이전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하는 게 합리적인지 토론해 봐야겠지만, 상속인의 소득이 같다면 과세금액도 같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그간의 상속세 제도는 과세가 용이하다는 행정 편의적인 관점에서 유지됐으나, 과세 인프라가 확장된 만큼 상속받은 재산에 대한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며 “낡고 오래된 상속세법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급증하고 있으므로 상속세 부담을 적정화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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