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개 식용 종식을 위해 폐업 및 전업 지원 예산으로 544억원을 배정했으나, 사육견 증식을 억제하지 않으면 예산 투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작성한 ‘2025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개 식용 관련 업계의 폐업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 544억1300만원의 예산을 신규 편성했다. 이 예산은 사육 농장주와 도축업자에게 제공되는 폐업 이행 촉진 지원금, 시설 철거 비용, 시설물 잔존가액 보상 등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총 2909억원을 3년에 걸쳐 투입할 계획이다. 이 중 농장주 지원액은 2572억원이며, 도축업자에게는 325억원이 배정된다.
정부는 폐업 이행 촉진 지원금 지급 대상으로 사육견 45만 마리를 지정했다. 그러나 농장주들은 지원금 지급 대상 사육견과는 별도로 폐업 이행 전까지 사육견을 추가로 번식하고 판매할 수 있어, 일부 농장은 폐업 직전까지 이윤을 극대화하려 번식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사육견이 폐업 후에도 계속해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예정처는 보고서에서 사육견 증식을 억제하지 않으면 예산 지원 사업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농식품부는 농장주가 사육 규모를 줄이는 계획을 이행계획서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예정처는 사육 규모 감축을 폐업 지원의 필수 조건으로 명시하는 법적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업 이후 남은 잔여견에 대해 정부는 농장주로 하여금 소유권을 포기하게 하고, 지자체로 소유권을 이전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자체가 인계받은 잔여견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데 드는 비용이 추가 예산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지자체에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또 지자체가 잔여견 인수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지자체와 농장주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예정처 관계자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잔여견 인수와 보호 관리, 비용 청구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잔여견 관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자체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정처는 폐업 이행 촉진 지원금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사육 마리당 30만원을 기본 지원 단가로 책정하고 조기 폐업 시 최대 60만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폐업을 늦게 할 경우 마리당 최소 22만5000원으로 지원 금액이 크게 줄어든다.
농식품부가 취합한 농장주 등의 ‘폐업·전업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전체 1537명 중 올해에는 128명(8.3%)이 폐업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173명(11.2%), 2026년에는 399명(25.9%), 2027년에는 838명(54.5%)으로 전체 폐업자 중 절반 이상은 마리당 22만5000원의 보상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대다수 농가가 최저 금액의 보상을 받게 되는 점에서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027년 개 식용 종식 법이 시행되기 전 지자체와 힘을 모아 최대한 개체 증식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장주 책임하에 개체 관리를 하고, 폐업 예정일 1년 전부터 암수 분리와 월별 개체관리 계획 등을 이행하도록 했다”며 “지자체와 주기적으로 점검해 개체 수가 늘지 않도록 촘촘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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