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외교’를 위해 유럽을 방문 중인 김동연 경기지사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ASM으로부터 향후 6년간 총 3조원의 투자 유치를 성사시켰다.
김 지사는 1일(현지시간) 오전 11시 네덜란드 알메르에 위치한 ASM 본사 회의실에서 정명근 화성시장, 히쳄 엠사드 대표(CEO), 폴 베르하겐(Paul Verhagen) 재무총괄이사(CFO)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와 화성시, ASM 간 ‘상생협력 협약’(MOU)에 서명했다.
협약에 따라 ASM은 세계 1위 기술을 보유한 ‘증착’ 장비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도 기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납품받기로 했다. ASM 연매출이 3조8000억원대 이르는 만큼 연간 구매액은 수천억원대 규모일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도가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ASM은 오는 2027년까지 3년간 1조5000억원, 그 다음 3년인 2030년까지 1조5000억원을 합해 향후 6년간 총 3조원 가량의 부품을 도 기업으로부터 조달받을 예정이다.
김 지사는 “ASM, 화성시와 함께 맺는 이번 MOU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정말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ASM과 하는 일에 있어 ‘풀 서포트’(full support)를 하겠다”고 말했다.
엠사드 대표는 “이날은 ASM에 아주 특별한 날이고 ASM이 한국 사업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는 날”이라며 “이번 협약이 우리의 협력에 새로운 장을 열고 도와 ASM의 상호이익이 되는 성과를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고 화답했다.
협약에는 ▲도민과 도 소재 대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도 소재 대학과의 인턴십 프로그램과 채용을 진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도의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토대가 될 전망이다.
김 지사는 “반도체 인력 양성과 젊은 청년을 위한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 등은 지사로서 제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문제 중 하나인데 이번 MOU에 담겨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ASM이 도에서 사업을 하는 데 있어 도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엠사드 대표는 도·화성시와의 협력에 대해 “ASM의 기술과 장비가 AI, 5G,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디지털 세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경기도의 반도체 생태계를 더 활성화시키고, 도가 한국 그리고 세계적으로 반도체 중심지가 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긍정했다.
ASM은 반도체 생산 핵심 공정인 ‘증착’ 장비 생산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증착은 웨이퍼(반도체 기반이 되는 얇은 원판) 표면에 분자 또는 원자 단위의 물질을 얇은 막으로 씌워 전기적 특성을 갖도록 만드는 공정을 말한다.
앞서 ASM은 지난 2019년 화성 동탄 첨단산업단지 내 87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증착 장비 연구·제조시설을 설립해 440명을 고용했다. 기존 시설과 별도로 1362억원을 추가 투자해 제2의 연구·제조시설을 설립하고 내년 4월 시설이 완공되면 200명 이상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지난 3월 수원 영통구 도청사에서 히쳄 엠사드 대표를 만나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재작년에는 폴 베르하겐 재무총괄이사를 만나 투자 유치를 의논하기도 했다.
이에 강민석 도 대변인은 “엠사드 대표는 ‘김 지사께서 ASM에 보여주신 신뢰와 지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는데 MOU가 갑자기 성사된 것이 아님을 방증하는 말”이라며 “지속해서 협력해온 것이 MOU 체결로 이어졌고 김 지사가 결국 ‘돈 버는 도지사’가 되겠다는 약속을 이행한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지사는 전날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 ASML 본사를 방문해 투자를 위한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이 회사가 위치한 노르트브라반트주정부와는 MOU 체결을 통해 첨단산업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날 ASM과의 MOU 체결을 끝으로 반도체 외교가 핵심이었던 이번 유럽 출장의 공식 일정은 마무리된다.
/알메르(네덜란드)=박다예 기자 pdye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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