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초접전 양상인 가운데 여론조사원과 정치 전략가들은 대선 결과가 백인 여성에 달려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백인 여성은 미국 유권자의 약 30%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가장 큰 투표 인구 집단으로 지속적으로 매우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백인 여성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 시작한 2016년, 2020년 대선에서도 백인 여성은 트럼프를 지지했다. 2016년 대선에서 백인 여성의 47%는 트럼프를 지지했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지지율은 45%로 2%포인트 낮았다. 2020년 대선 때도 백인 여성 중 53%가 트럼프를 지지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46%만 표를 던졌다.
하지만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패배한 뒤 백인 여성 책임론이 불거졌기에, 이번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당시 투표한 흑인 여성의 94%와 히스패닉 또는 라틴계 여성 유권자의 68%는 힐러리 클린턴을 선택했지만, 백인 여성 유권자의 53%는 트럼프를 선택했다. 학위별로 보면 대학 학위가 있는 백인 여성의 51%가 클린턴에게 투표한 반면, 대학 학위가 없는 여성의 62%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이는 트럼프가 노동 계층 백인들에게 지지를 얻었음을 보여준다. 이후 민주당 측에선 “백인 여성들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을 막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에 대한 초점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흑인 여성과 흑인 남성의 해리스 지지율이 과거보다 떨어졌다는 데 맞춰져 있다. NYT와 시에나칼리지가 지난달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흑인 유권자의 약 15%가 트럼프에게 투표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2020년 대선보다 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NYT는 낙태권 보장이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기에 민주당 핵심 지지층 이탈보다 백인 여성이 이번 대선 결과를 결정지을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NYT와 시에나칼리지가 진행한 여론조사를 백인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해리스와 트럼프 지지율은 초접전이지만, 해리스가 약간 앞선 상황이다. 백인 여성은 경제와 인플레이션을 최우선 관심사로 꼽았다. 백인 여성의 29%가 경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여겼고, 24%는 낙태권을 주요 과제로 여겼다. 그 뒤를 이민(14%)이 따랐다.
해리스의 지지율은 젊은 백인 여성들로부터 급증한 상태다. 하지만 대학 학위별로 지지율이 엇갈리기에 해리스 캠프는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여성을 타깃으로 한 유세를 벌이고 있다.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여성은 경제적 이유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해리스는 부모와 다른 보호자를 돕는 정책을 펴겠다고 공약했다. 이 외에도 교외에 사는 백인 여성, 특히 트럼프에 지친 온건파와 보수파 여성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 와중에 트럼프는 30일 밤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여성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여성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해리스는 31일 오전 트럼프의 발언을 비판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여성의 권한과 권리, 자기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성에게 매우 모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초 성폭행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트럼프가 선거운동에서 여성들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며 “이 발언은 선거운동의 마지막을 앞두고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어 “백악관 입성을 좌우할 경합 주 7곳에서 해리스와 트럼프는 사실상 동률이지만, 전국 및 주별 여론조사에서 성별 격차는 지속적으로 크게 나타났고, 여성이 해리스에게 투표할 가능성은 압도적으로 높고 남성이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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