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은 남북 당국이 상황을 타개하기 보다는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31일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사)한반도평화포럼 창립 15주년 기념식 및 후원행사 “한반도의 아침을 열다”에서 문 전 대통령은 박능후 사의재 상임대표가 대독한 축사를 통해 “지금 한반도 상황은 매우 위태롭다.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언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하지만 우려스럽게도, 남북한 당국은 모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은커녕 오히려 위기 상황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상황을 “위기를 해소하며 다시 평화로 길을 내야 하는 절실한 시기”라며 “한반도평화포럼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힘써온 역대 정부 인사들과 전문가,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지혜와 경륜, 의지의 집합체로서, 남북 관계가 위기 상황일 때 한반도평화포럼 역할이 빛났다. 지금이 그러한 때”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축사에서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있지만 “한반도 항구적 평화는 ‘선택’일 수 없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과 군사분계선 요새화 시도도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서로를 향한 대치적 상황은 남북 모두에게 큰 피해를 줄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는 국민의 안전한 삶이자, 가장 든든하고 확실한 안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축사를 통해 “작금의 한반도는 대립과 불신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화와 협력 대신 긴장을 고조시킨다”며 “평화의 안전핀이었던 ‘9.19 군사합의’를 폐기했다. 국민 머리 위에 전쟁의 위협을 띄워놓았고,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고 있다”고 윤석열 정부의 남북관계 정책을 비판했다.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은 기념사에서 “한반도평화포럼은 15년 전 남북이 갈등과 반목을 일삼으며, 불신과 대결로 역주행하던 시기에 창립됐다”며 지금도 남북관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가 어려운 때라고 진단했다.
임 명예이사장은 “남과 북은 서로 ‘주적’이라며 적대와 대결로 역주행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발적인 군사충돌이 전쟁으로 확전될 위험을 걱정하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반도의 현실이 비관적이지만 우리 모두의 지혜, 의지, 열정으로 다시 낙관의 문을 열어나가야 할 때”라며 “6.15 공동선언을 비롯한 민주정부의 성과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난관을 극복하며 결국 해법을 찾은 것이다. 과거의 교훈은 딱 한 가지다.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면 아무리 어려워도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하며 평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독려했다.
백낙청 명예이사장은 북한의 행태에 대한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는 “지금 윤석열 정권의 폭주와 이에 맞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정책전환으로 우리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낙담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며 “남북협력의 온갖 기구와 상징을 해체 또는 철거하는 북측 당국의 조치들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이제부터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가져가겠다는 조선(북한)측의 결정은 노태우 정부 이래 우리가 주장해온 국가연합 구상에 차라리 근접한 것”이라며 그간 북한의 통일방안은 “인민이 못사는 책임을 통일 요구를 외면하는 미국과 친미 사대주의자에게 돌리는 일종의 통치 이데올로기로서의 기능도 다분히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백 명예이사장은 “대한민국에 대한 조선의 이런 정책전환과 극도로 적대적인 태도의 빌미가 된 윤석열 정권을 두고도 저는 나름의 희망적 해석을 하고 있다”며 “윤석열 후보의 대선승리는 촛불혁명이 이미 시작되어 87년 체제의 수명이 실질적으로 끝난 상태에 발생한 ‘변칙적 사건’, 즉 역사적 퇴행 사례보다 훨씬 어이없으면서 그만큼의 지속성이 없는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변칙적 사건이 변칙적 사건으로 끝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게 요즘 저의 느낌”이라며 “우리 스스로 지난 15년, 또는 더 장구한 분단시대의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새로운 정세에 맞는 공부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연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15주년을 맞이해 앞으로 한반도평화포럼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선포했다. 그는 “평화를 만드는 과정은 언제나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지만, 오늘 우리가 목격하는 퇴행은 전례가 없다. 일시적인 국면의 후퇴가 아니라, 거대한 질서 전환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어렵게 이뤄낸 평화의 소중한 성과를 무너뜨린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동시에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성찰과 분발 또한 필요하다. 무너진 평화를 복구하고, 나아가 달라진 세상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기 위한 비전과 계획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평화 구상을 위한 거점의 마련 △평화를 위한 연대 강화 △국제사회와의 연대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한반도평화포럼은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민주주의와 민생경제, 남북관계 등이 악화되고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최초 발의해 임동원‧정세현‧이재정‧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김연철 현 이사장 등을 중심으로 창립됐다. 2009년 9월 7일 통일외교안보 전문가 140명이 모여 창립총회를 개최한 이래 현재까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주요 싱크탱크이자 시민사회 단체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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