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끼워넣듯’…고체 연료 ICBM
TEL에 실어 신속·은밀하게 발사
‘핵방아쇠’ 가동 여부도 주목
북한이 올해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했다. 윤석열 정부가 ‘ICBM 도발 임박 정황은 없다’고 밝히자, 다음날 보란 듯이 미사일을 쏘아올린 모양새다.
이동식발사대(TEL)를 활용해 고체엔진을 적용한 신형 ICBM을 발사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미사일 자체 성능은 물론, 은밀하고 신속한 발사 능력까지 과시했다는 분석이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31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오늘 7시 10분경 북한이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고각(高角)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착탄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현재까지 초기 판단한 것으로는 신형 고체추진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북한이 공개했던 12축짜리 TEL(이동식발사대)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어 추가로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미사일은 역대 ICBM 가운데 가장 높이, 가장 오래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비행시간은 86분, 최고 고도는 7000㎞ 이상으로 파악됐다.
이 실장은 일본 측 발표와 관련해 “유사한 판단을 하고 있다”며 “더 멀리, 더 높이 쏘기 위한 시험을 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ICBM 기술력을 과도하게 포장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엔진 성능 개량이 아닌, ‘탄두 무게 최소화’를 통해 정점 고도를 높이고, 비행시간을 늘렸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신형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하지 않았다”며 “추진제 성능을 증진시키고 모사 탄두 무게를 줄여 정점고도와 비행시간을 갱신시켰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ICBM 도발 5시간여 만에 “국방성 대변인이 31일 아침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며 “미사일총국이 매우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 국가수반의 명령에 따라 진행된 이번 시험발사는 전략미사일 능력의 최신 기록을 갱신했다”고 전했다.
미사일 자체 성능뿐만 아니라 북한의 ICBM 운용 능력 역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방정보본부는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ICBM TEL을 특정 지역에 배치했다면서도 “거치대에 장착된 상황은 아니다”고 했었다. 우리 군이 ‘발사가 임박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도발이 이뤄진 셈이다.
무엇보다 연료 주입에 수일이 걸리는 액체 연료 ICBM이 아닌, 탈부착 형식의 고체 연료 ICBM을 TEL에 실어 발사한 데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속하고 은밀한 발사 역량을 강화해 한미 정보자산의 탐지 시점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미사일 생존성 증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북한 매체들이 “국가수반 명령에 따라 (도발이) 진행됐다”고 밝힌 만큼, 핵미사일 운용 체계인 ‘핵방아쇠’ 점검 여부도 주목된다.
명령 개시에서 하달 및 수행에 이르는 지휘 체계를 가동해 신속하고 은밀한 발사 역량을 실전적으로 확인해 봤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미,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
선제타격·지휘부 제거 능력 과시
북한의 이번 도발과 관련해 우리 군은 미국과 함께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Freedom Flag)을 실시하며 압도적 응징력을 현시했다.
합참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 F-35B를 포함해 한미 유·무인 항공기 110여 대가 참가했다.
구체적으론 우리 공군 전투기인 F-35A, F-15K, KF-16 등과 미 공군·해병대 소속 MQ-9 무인기 및 F-35B, F-16 전투기 등이 손발을 맞췄다.
합참은 “서해와 중부 내륙 공역에서 대규모 연합 공격편대군을 형성해 다양한 전술 비행 및 정밀 폭격훈련을 실시했다”며 “적의 TEL 표적을 정확히 타격하고, 가상의 적 레이더망을 뚫고 은밀히 침투해 적 전쟁지도부를 신속·정밀 타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응 능력과 태세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대남 ICBM 발사 정황 포착 시 선제타격은 물론, 북한군 지휘부 섬멸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에둘러 과시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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