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가족모임의 대북전단 살포 계획이 접경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의 저지로 무산됐다. 추후 풍선이 아닌 드론을 사용해 전단을 날리겠다고 선포하면서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같은 장소에서 주민·시민단체 등 수백명이 대북전단 살포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어 물리적 충돌이 우려돼 경찰 1000여명이 현장에 배치됐으나, 다행히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31일 오전 9시30분쯤 파주시 문산읍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 앞. 이날 11시 예고된 대북전단 살포 행사로 수십대의 경찰 버스가 줄을 이으며 긴장감이 조성됐다.
대북전단 살포 행사에 앞서 접경지 주민들이 반대 집회에 나섰다. 시민단체 평화위기 파주비상행동은 ‘오지마 날리지마’, ‘잘못하면 전쟁난다 대북전단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 규탄했다.
주민 이재석씨는 “남북이 분단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비무장지대이기 때문에 평화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며 “갈등을 계속 부추기게 되면 끝내 벌어지는 게 전쟁이다. 타인의 안전을 위해하는 민주주의라는 게 있을 수 있냐”고 호소했다.
같은 시각 민통선 마을 주민 50여명은 ‘민통선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등의 현수막을 단 트랙터 20대를 몰고 임진각 진입로 1차로를 막아섰다.
대북전단 TF 소속 윤후덕(파주갑)·박정(파주을)·김주영(김포갑)·이재강(의정부을) 국회의원을 비롯한 김경일 파주시장,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 등도 현장에 나와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했다.
김경일 시장은 입장문을 통해 “납북자 송환도 소중하나 정당한 목적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수단도 합법적이어야 한다”며 “누구도 파주 시민의 삶을 위협할 수 없다. 법이 위임한 권한에 따라 행동을 멈추고 즉시 퇴거하라”고 밝혔다.
납북자가족모임이 현장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준비하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일부 의원들이 납북자가족모임을 향해 “대북전단 살포를 당장 중단하라”고 외치자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북한에서 도발하는 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면서 왜 피해자들만 제재하느냐”고 언쟁을 벌인 것. 이들의 언쟁은 10여분간 이어졌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최 대표는 대북전단 살포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에 다시 집회 신고를 할 것”이라며 “이제는 풍선이 아닌 드론으로 날리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도 참석했다. 박 대표는 “대북전단은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대변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장받지 못한 생명과 보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전단지를 반대하기 전 북한의 납북자 문제 해결 요구와 지속되는 도발을 중단할 것을 먼저 요구하라”고 말했다.
접경지 주민들은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대북전단 중단하라”는 구호를 멈추지 않고 외쳤다. 또 시민단체 회원 1명이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난입하기도 했다. 경찰은 해당 회원을 연행하고 분리조치했다.
상황이 마무리되자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당장의 대응은 잘됐지만, 오늘과 같이 추가적인 행위가 이뤄진다면 지금처럼 철저히 막겠다”며 “대북 전단을 날릴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파악해 두고 있고, 앞으로도 중점 지역의 현장 순찰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지난 15일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도민 안전 위협을 우려해 파주·연천·김포 등 접경지 3개 시·군, 11곳을 재난안전법상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
대북전단 살포 관계자가 위험구역에 출입하거나 그 밖의 금지 명령 또는 제한 명령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글·사진 파주=오윤상 기자 oy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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