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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으로 병든 전자칠판] (하) 독점 차단 통합 구매, 인천만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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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인천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전자칠판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 29일 인천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전자칠판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인천시교육청이 전자칠판 구매 업무를 일선 학교에 떠넘기고 있는 반면, 다른 지역 교육청들은 통합 구매 방식으로 특정 업체의 독점 현상과 업체 선정 관련 외부 개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전자칠판 보급률 상위권에 속하는 세종교육청(보급률 100%·1위)과 전남교육청(59.4%·4위)은 교육청 통합 구매 방식으로 전자칠판 제조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전자칠판 등 교육 기자재를 구매하는 방법은 ‘교육청 통합 구매’와 ‘학교 개별 구매’ 등 2가지로 나뉜다.

세종·전남교육청은 자체적으로 물품선정위원회를 꾸린 뒤 전자칠판 제조업체 5곳 이상을 선정하고 평가 기준도 결정한다. 이후 평가 결과에 따라 납품업체가 선정되는 방식이다.

특히 전남교육청의 경우 한 차례 통합 구매에도 여러 권역으로 나눠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특정 업체의 독점 현상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물품선정위가 전체 60여개 제조업체를 평가하기 전에 권역별로 평가 순위를 배분한다. 월드컵 조 편성 방식과 같다”며 “통합 구매지만 여러 업체가 선정되기 때문에 (외부 개입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보급률 74.1%(3위)를 기록한 대전교육청은 전자칠판 구매를 희망하는 학교에 통합 구매와 개별 구매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준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전자칠판 수요 조사 시 학교에서 통합 구매를 해달라고 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인천에서 유난히 학교 자율 구매 방식을 고수하는 것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업장을 둔 업체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대에 업체와 현직 시의원이 물품 선정을 대가로 리베이트를 주고받는다는 의혹이 나온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에 있는 업체 관계자도 “경제도 어려운데 리베이트 의혹까지 불거져 전자칠판 업계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라며 “학교에서 색안경을 끼고 업체들을 볼 것이고 결국 예산 집행도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학교별 자율 구매 방식은 시교육청이 전자칠판 보급 현황과 구매 예산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

당초 시교육청은 2021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인천지역 초중고 전자칠판 구매 예산을 108억4200여만원(1683대)으로 집계했다가 조달정보개방 포털에 추가 구매 내역이 있음을 확인했다.

시교육청이 해당 자료를 취합한 결과, 같은 기간 구매 예산은 총 221억9800여만원(3780대)으로 파악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 교육청에 ‘교실 수업 개선’ 사업비로 요청해 구매한 전자칠판 집행액을 기준으로 자료를 취합했었다”며 “이후 학교에서 자체 운영비로 구매한 내역을 확인하게 됐다”고 했다.

한편 전자칠판 보급 사업 관련 리베이트 의혹 등을 살펴보는 인천경찰청은 최근 시교육청 예산 담당자를 불러 전자칠판 예산 편성과 집행 기준을 확인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내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회진·홍준기 기자 hijung@incheonilbo.com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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