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북한이 대남방송을 시작하고 100일 정도 흐른 10월31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오전 11시쯤부터 철책선 너머 북쪽에서 기괴한 소리가 넘어왔다. 주민들 말로는 ‘끼익끼익’ 하는 쇳소리라는데 남쪽으로 넘어오며 산등성이와 부딪혀 굴절돼 꽹과리 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떨 땐 귀신 울음처럼 들리기도 했다. 주구장창 틀어 놓는 게 아니라 잠깐 멈췄다가 별안간 소리를 높이거나 줄였다.
송해면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박모(83)씨는 “예전만 해도 이렇게 지저분하게 방송하지 않았다. 7월부터 이어진 소음 공격은 저렇게 귀신 우는 것 같은 쇳소리에 노루 울음, 사이렌까지 다양하다”며 “과거엔 2~3시간 정해진 시각에만 했다면 이제는 밤낮 없이 저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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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인천 계양구 을) 대표가 당산리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 간담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조용했던 북측 스피커는 실내에서 나와 인근 답사를 할쯤 되니 스산한 소음을 뿜어냈다.
간담회에 참석한 강화군 관계자는 “그나마 오늘은 시끄러울 때에 비하면 30% 정도밖에 안 된다. 산에 막혀 있지 않은 마을들은 피해가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지난 7월 21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북한 대남방송은 100일째 강화 접경지역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기괴한 대남 방송 소리가 주로 들리는 곳은 송해면 당산리와 숭뢰리, 양오리, 그리고 양사면 등지다. 이 동네 인구만 합쳐도 천여명이다. 여기서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는 지역은 대남 스피커와 가까운 당산리라고 한다.
당산리에 사는 김명현씨는 “닭이 알을 낳는 개수가 확연히 줄었고 특히 염소들이 소리에 민감한지 기력을 못 쓴다. 사람들도 정신적으로 힘들어 약을 먹는데 가축들은 오죽하겠냐”고 토로했다.
강화군은 이재명 대표와 야당 관계자들에게 11월1일부터 강화지역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강화군은 지난 7월부터 이어진 북한 소음 방송으로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북한을 도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용철 강화군수는 “군민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군민의 안전과 일상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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