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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기습 ‘유상증자’… 묘수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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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사진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사진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고려아연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일반 국민 등 다양한 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소유 분산을 통한 기업 경영의 투명을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크게 출렁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경영권 방어용’로 해석되고 있는 가운데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 황제주 반납… 기습 유상증자 결정에 주가 이틀째 하락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7.68% 내린 99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고려아연은 전날 29.94% 내린 108만1,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폭락세를 보인 데 이어, 이날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고려아연은 이날 장중 83만원 선까지 떨어질 정도로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주가가 폭락세를 보인 데에는 ‘유상증자 이슈’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30일 본사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증자의 건을 의결했다. 발행주식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모집 예정가액은 주당 67만원으로 책정됐다. 확정 발행가액은 청약일 전 3거래일부터 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총 거래금액을 총 거래량으로 나눈 가격)를 기준주가로 하고, 발행공시규정 한도에 따라 할인율 30%를 적용한 금액을 발행가액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총모집 주식 중 80%에 대해 일반공모를 실시하며 나머지 20%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모든 청약자에 대해서는 그 특별관계자와 합해 총 모집주식수의 3%인 11만1,979주 내에서만 배정하기로 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주주기반을 확대해 국민기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상증자는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일반 국민 등 다양한 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소유 분산을 통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며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유상증자 목적에 대해 “적대적M&A로 인한 국내 산업생태계 교란과 공급망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소식이 전해진 후 시장은 크게 출렁이고 있다. 대규모 공개매수가 끝나자마자 주주가치 희석이 우려되는 유상증자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획득 시도에 맞서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 바 있다. 

◇ 경영권 방어 명분 흔들리나 

특히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지난달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대규모 차입을 일으킨 바 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목적으로 △채무상환 2조3,000억원 △시설 자금 1,350억원 △타 법인 증권 658억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시장에선 자금조달 목적이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일으킨 차입금을 갚는 데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영풍·MBK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 고려아연 

여기에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주가에 악재에 작용되는 이슈다. 유상증자를 시행하게 되면 주식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호재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의 경우, 조달액이 대부분 차입금 상환에 사용된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의 경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 카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35.4%다.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38.5%)과 비교하면 3%p(퍼센트포인트) 격차가 난다. 만약 이번 유상증자가 고려아연의 계획대로 실시된다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약 30%, 영풍·MBK 지분율은 약 32.6%로 격차가 좁혀진다.

이에 시장에선 지분 격차로 좁히고 우호세력을 포섭하기 위한 차원으로 최 회장 측이 이번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이번 유상증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습적인 묘수를 꺼내든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최 회장은 ‘주주가치’를 명분으로 내세워 MBK·영풍 연합의 경영권 획득 시도에 맞서왔다. 그런데 유상증자 결정으로 이러한 명분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이번 유상증자 과정에서 불공정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은 31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당국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단계에서 유상증자를 계획했다면 부정거래 소지가 있다며 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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