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티웨이항공이 올해 여러 사건사고의 중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문제는 공교롭게 올해 초 오너 2세인 나성훈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직후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3월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나성훈 부회장(전 예림당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선임 안을 통과시켰다. 나성훈 부회장은 나춘호 예림당 회장의 장남인 오너 2세다. 그는 이전까지 티웨이항공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뒤에서 지원을 해왔다.
나 부회장이 티웨이항공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뒤에서 지원자 역할을 할 때는 비교적 큰 잡음이 없었다. 그러나 그가 티웨이항공 등기임원 사내이사에 선임된 직후 공교롭게도 티웨이항공은 여러 사건사고의 중심에 섰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초 업계 및 소비자들 사이에서 ‘안전보다 매출에 혈안이 된 항공사’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또 각종 논란에 대해 ‘거짓해명’을 반복적으로 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 상황이다.
먼저 지난 1월, 자정 무렵 베트남 나트랑에서 인천으로 이륙을 준비하는 티웨이항공 항공기의 브레이크 패드 마모 상태를 알려주는 ‘인디케이터 핀’ 길이가 기준치 미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항공기 운항승무원(기장)은 회사 규정인 ‘운항기술공시’ 내용대로 정비팀에 브레이크 교체를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기장은 비행 여부에 대한 구체적 지시를 회사에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처가 없자 결국 운항불가 선언을 했다.
티웨이항공은 다음날 한국에서 부품을 공수해 베트남 현지에서 브레이크를 교체했다. 해당 항공편은 대체항공기를 투입했지만 약 15시간 지연됐다. 해당 사건 이후 티웨이항공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비행안전이 충분히 확보됐음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운항불가를 고수해 회사와 승객에 상당한 손해를 입혔다”면서 지난 2월 해당 기장에게 정직 5개월 징계를 내렸다.
당시까지는 나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전이다. 다만 나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에도 해당 기장에 대한 징계와 압박은 계속됐다.
해당 기장은 회사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접수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회사의 징계가 부당하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그럼에도 티웨이항공은 징계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상급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 본안 소송에서 진위 여부의 법리 다툼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지난 4월말 공식 입장을 밝혔다. 나 부회장이 사내이사에 선임된 직후 사측에서 내린 결정 중 하나다.
또한 티웨이항공 측은 인디케이터 핀이 1mm 이상일 때 부품을 교체하면 제조사로부터 페널티(불이익)를 받을 수 있고 설명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해당 사건에서 티웨이항공의 징계는 비용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어 다른 사건에서도 티웨이항공은 거짓해명으로 문제를 덮으려다 들통나 소비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지난 6월 13일 인천공항에서 일본 오사카로 갈 예정이던 티웨이항공 TW283편에서 결함이 발생해 정비를 해야 해 예정된 운항 시간보다 약 11시간이 지연된 밤 11시에 출발했다. 당시 티웨이항공 측에서는 “모든 정비를 오후 6시 45분에 마쳤지만 그 이후 지연은 승객들의 하기 요청에 의해 벌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당시 오후 8시 30분, 9시 30분쯤에도 항공기 정비 작업이 계속 이어진 것을 많은 소비자들이 목격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온라인에 올리면서 알려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11시간이 지연 운항된 인천∼오사카 노선에 투입된 항공기는 당초 같은 날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노선에 운항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체 결함으로 점검이 필요한 자그레브행 여객기(HL8501)와 문제가 없었던 오사카행 여객기(HL8500)를 바꿔치기 한 것이다.
티웨이항공은 두 노선에 투입된 항공기를 맞바꾼 이유에 대해 “자그레브 공항 운영시간 제한(커퓨타임)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티웨이항공의 인천→자그레브 항공편은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를 경유해 운항하는데, 비슈케크 공항과 자그레브 공항 두 곳 모두 커퓨타임은 없다. 당시 인천∼오사카 노선에서 항공기 바꿔치기로 피해본 승객들은 티웨이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인천∼구마모토 4시간 지연, 인천∼방콕 노선 20시간 지연 등 단기간에 티웨이항공의 장시간 지연이 쇄도하자 6월 21일 국토교통부에서는 항공기 고장 및 지연운항이 반복되는 티웨이항공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해 안전대책을 시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특별점검을 실시하라고 국토부 명령이 내려진 직후 티웨이항공의 항공기 날개 플랩 장치의 표피가 벗겨진 채 비행이 이뤄진 것이 드러났다. 플랩은 날개 끝 부분의 비행기를 떠오르게 하는 힘(양력)을 높이는 장치다. 국토부는 당시 해당 항공기의 운항 중단과 함께 티웨이항공 측에 항공기 전수조사를 명령했다.
또한 티웨이항공은 인가받지 않은 부품을 사용한 것이 국토부에 적발돼 행정처분(과징금 등)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티웨이항공은 지난 8월말 프랑스 파리 노선에 첫 운항을 개시했으나, 파리로 향한 항공기에서 유압계통 결함이 발견돼 첫 귀국편이 결항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항공기 정비 등으로 인해 지연 또는 결항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해당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들에 대해 보상을 소극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유럽의 경우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 또는 EU 국가 도착편 중 EU 국적 항공기의 승객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EU261(EC261)’이라는 자체 규정을 두고 있다. 파리∼인천 노선의 경우 4시간 이상 지연 또는 결항 시 항공사는 승객 1인당 600유로(약 89만원)를 보상해야 한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은 해당 결함의 경우 EC261 규정을 벗어난 문제라고 반박하면서 보상 규모를 이코노미석 승객 기준 1인당 18만원을 제시했다. 첫 운항편부터 EU 규정대로 보상을 해주지 않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지는 분위기다.
나 부회장을 비롯한 티웨이항공 경영진들이 사소한 논란부터 법적 다툼으로 번진 큰 사건사고까지 하나하나 세세히 살피는 것은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티웨이항공의 경영총괄을 맡고 있는 나 부회장과 그 외 경영진은 각종 논란에 대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모든 것을 사실대로 알리지 않았고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보상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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