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육성이 담긴 녹취가 공개되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신속히 입장을 내고 “공천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녹취가 그동안 대통령실이 내놓은 해명과 어긋나면서 후폭풍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31일 대변인실 명의 입장을 내고 “윤석열 당선인은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 윤 당선인과 명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며 “명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육성으로 추정되는 녹취를 공개했다. 이날 녹취에 따르면,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다. 당에서”라고 했다. 통화 시점은 지난 2022년 5월 9일로 하루 뒤인 10일, 국민의힘은 실제로 김영선 전 의원을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경남 창원의창 후보로 공천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를 “공천개입을 입증할 육성”이라고 주장했지만, 대통령실은 당시 공천은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며 반박했다.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전략공천으로 결정했고, 경남 창원의창의 경우 김 전 의원이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될 만큼 ‘경쟁력’ 있는 후보였다는 설명이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글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김영선 후보와 경쟁했던 김종양 현 의원은 공천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 대통령실 ‘해명’과 엇갈린 녹취
대통령실의 즉각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은 쉽게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이날 공개된 녹취가 그간 대통령실의 해명과 다르다는 점은 여권을 난처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명씨 관련 보도에 대해 “경선 막바지쯤 명씨가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다”며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녹취는 윤 대통령의 취임 전인 지난 2022년 5월 9일로, 경선 이후다.
이날 공개된 녹취가 사실이라면, 앞서 명씨가 공개한 텔레그램 속 ‘오빠’의 존재도 윤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명씨로 추정되는 인물은 이날 녹취에서 “지 마누라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님 그거 처리 안 했어? 명 선생님이 아침에 놀라셔서 전화 오게 만드는 게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 있는 거야’ (하더라)”고 했다.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다”, “김 여사가 대통령을 오빠라고 호칭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는 대통령실과 여권의 해명과 다른 발언이다.
당장 야권은 “대통령이 직접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제 누가 대통령의 말을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반발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말미잘도 이것보다는 잘 대응할 것”이라며 “첨부한 이준석 페이스북 내용은 이준석이 이준석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여권은 일단 녹취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공천개입은 있을 수 없다는 데 힘을 실었다. 이번 대화가 ‘공적인 대화’라기 보다는 ‘사적인 대화’라는 점도 역설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핵심 참모진과 긴급 오찬 회동을 하고 이와 관련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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