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건축물 ‘한옥’이 탄소중립 정책에 기여하고 있다는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축공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구개발(R&D)을 통해 개선된 ‘신한옥’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였으며, 한옥의 탄소저장량의 경우 시범사업 대상지인 한옥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50년생 소나무 1만6,794그루의 연간 탄소흡수량에 맞먹는 92t(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탄소 배출량 높았던 ‘전통 한옥’… 기밀성능 보완한 ‘신한옥’의 등장
지난 2010년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수행한 ‘한옥 환경성 평가’에 따르면 ‘전통 한옥’의 경우 생애 주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일반적인 철근콘크리트 주택과 비교했을 때 단위 면적당 두 배가량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전체 발생 온실가스 중 89.54%가 전통 한옥의 ‘사용 및 유지보수’ 단계에서 발생했다.
이에 보완을 위해 한국기술개발연구단은 기밀성능을 보완하기 위한 시공 기술을 개발했다. 건축 사용 및 유지관리 단계에서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기밀성능’과 ‘단열성능’이기 때문이다.
건축공간연구원 측은 “전통 한옥의 경우 구법의 특수성 때문에 기밀성능에 취약한 편이다”며 “전통 한옥은 목재로 된 다양한 부재를 짜 맞추어 구성하는 가구식 구조를 기본으로 하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목재가 건조 수축해 부재와 부재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기밀성능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은 보완을 위한 기술들을 개발했다. 기둥과 벽체를 연결할 때 기둥에 홈을 파 벽체를 단단히 고정하고, 사이에 기밀테이프를 붙여 보강했다. 마감 후엔 벽체와 기둥 사이에 실리콘을 시공해 기밀성을 높였으며, 열전도율이 낮아 단열이 뛰어난 발포스티렌(EPS·Expanded Polystyrene)을 이용한 건식공법을 통해 한옥의 지붕을 지탱하는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의 공간을 막고 기밀성을 확보하는 것을 제안했다.
기술이 개발되고 제안됨에 따라 국가한옥센터는 지난 2022년 10일 최신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판단된 ‘처인성 역사교육관’을 실험 대상으로 선정해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기밀성능은 ACH50 기준 시간당 침기율이 4.09회로 나타났다. 친환경설비공학회에서 일반 건물은 ACH50 기준 시간당 침기율이 5.0회 이하의 기밀성능을 권장하고 있는 것을 두고 봤을 때 일반 건물 기준 준수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ACH50(Air Changes per Hour at 50 Pascals)은 건물 내부의 공기가 외부와 얼마나 자주 교환되는지를 나타내며, 특히 50Pa의 압력 차에서 측정된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전통 한옥에서 갖추지 못한 기능들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가 진행됐고, 기밀성이 늘어나 난방과 운영 부분에서 탄소배출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더 개선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 한옥, 온실가스 ‘흡수’와 ‘탄소저장’ 큰 강점 보여… 개선점도 필요해
한옥의 탄소배출량이 적어진 것을 뛰어넘어 기본적으로 한옥은 목구조로 구성되고, 한옥에 사용되는 목재는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 탄소저장 기능을 갖고 있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며, 남아있는 탄소를 저장하는 성질을 갖기 때문이다.
이어 국가한옥센터는 한옥이 가진 탄소저장량 산출을 위해 한옥공공건축물인 ‘정수초등학교 한옥교실’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실험을 진행했다. 산출 과정에서 국립산림과학원의 자문을 구했다.
실험 결과 정수초등학교 한옥교실은 약 92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소나무 1만6,794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이며, 축구장 59개를 합친 면적의 숲이 연간 흡수하는 탄소의 양이다.
만약 정수초등학교 한옥교실과 유사한 한옥 공공건축물 7개소가 조성된다면 여의도 면적의 숲이 연간 흡수하는 탄소의 양과 비슷한 양을 저장하는 격이라고 건축공간연구원 측은 밝혔다.
다만 아직 이와 관련된 기밀성능의 추가적인 개선은 필요하다는 게 건축공간연구원 측의 입장이다. 신한옥의 기밀성능은 일반 건물보단 뛰어나지만 ‘에너지절약건축물’과 ‘제로에너지건축물’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탄소정책을 총괄하는 ‘녹색건축법’과 국내 기술 동향은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절감 분야에만 집중돼 있고, ‘녹색건축물’을 판단하는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 등엔 ‘탄소저장’ 기능은 평가받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공간연구원 측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한옥과 같은 탄소저장 기능이 탁월한 중목구조 형태의 목조건축물 조성을 확대하는 것은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향후 녹색건축물과 관련 제도가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 한옥의 탄소저장 기능을 인정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된다면 탄소중립 정책에 기여하고 한옥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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