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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尹정부 인공지능 정책은 40점… AI 기본법 연내 통과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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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5선 국회의원이자 전 통일부 장관, 여기에 대통령 후보까지. 굵직한 경력의 베테랑 정치인이 이제 국가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산업 진흥에 팔을 걷었다. 주인공은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AI 산업 육성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권을 쥐고 정책을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정부 주도로 AI 관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AI 투자와 산업 진흥은 결국 대통령 어젠다다.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윤석열 정부의 AI 정책은 40점”이라며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 일문일답.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윤석열 정부의 AI 정책을 평가한다면?

▲사실 전 정부에서 했던 걸 유지하면서 세계 6등 정도를 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는데 지금은 100점 만점에 40점이다.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하면 낙제다.

-정부가 AI 관련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인공지능 분야 투자액의 약 62%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를 보유한 미국이 차지할 정도다. 투자 규모에 비례해 기술 수준의 향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AI 기술의 특성을 고려하면 미국 빅테크가 앞으로도 글로벌 AI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미국은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태스크포스(TF)도 만들었고 거기엔 대통령 직속 경제 자문기구,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은 물론 애플, 엔비디아 등 빅테크도 포함돼 있다. 국가 안보, 경제, 에너지 등 AI 진흥을 위해서는 모든 분야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은 또 AI를 전략자산으로 지정한 상태다. 핵무기와 같은 위치라는 것이다.

AI 인프라 투자는 워낙 돈이 많이 들어서 국가가 나서야 한다. AI 생태계 구축에 프랑스는 9조 7000억원을, 캐나다는 2조 4000억원, 그중 AI 컴퓨팅 인프라에만 2조원을 쓰겠다고 발표하고 이를 추진 중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2030년까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3만장 확보하겠다 한다. 당장 내년에 3만장을 확보한다면 모르지만 2030년까지라면 너무 느슨하고 한가한 생각이다. 지금이라도 고삐를 바짝 죄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다가는 6위는 고사하고 그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AI 산업 진흥을 위한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인가?

▲AI 투자와 산업 진흥은 결국 대통령 아젠다다. AI 정책은 속도감이 있으면서도 통 크게 해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AI가 미국·중국에 뒤처졌다고 인정하면서 대규모 투자와 인재 양성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모았고 미스트랄은 프랑스 정부의 지원 아래 1년 만에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AI R&D(연구·개발) 예산은 2023년에 7000억원이었고 2024년에는 8000억에 그쳤다. 내년도 예산은 1조 2000억원 규모다. 적어도 윤 대통령이 미국과 프랑스의 길만 따라가도 된다. 윤 대통령이 미국을 좋아하니 미국의 AI 정책 방향과 투자를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미국도 오죽 급하면 백악관을 중심으로 AI 정책을 풀어가겠나. 정부가 손 놓고 있으면 시간만 자꾸 흘러간다. 그래서 자꾸 속도감을 강조하는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미국 주요 연구소 대학에 한국 사람이 많다. 이들을 대대적으로 빨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인재 유출국가다. 두뇌를 유치해야 한다. 이것도 결국 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이들을 데려오려면 파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 시장 가서 떡볶이를 먹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AI 진흥기관 등을 자주 찾는다면 관심도 커질 것이다. 우선 출연연 연구소에서 일하는 성과 있는 박사들의 정년부터 없애야 한다. 대학교수는 65세가 정년인데, 이들은 60세다. 정년이 되면 다 대학에 가려고 한다. 대학에서 출연연으로 오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이디어를 추진하고 실행하는 것이 대통령의 몫이다.

국가 운영을 이렇게 해선 안 된다. 대통령의 임무는 첫째가 국민통합이다. 갈라치기하면 안 된다. 대통령이라는 직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갈등을 줄여야 에너지가 나온다. AI혁명 시대를 맞아 AI와 반도체 인재를 대폭 양성하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과학기술을 하고 있다는 프라이드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메시지를 내야 한다. 대통령은 숨소리까지 메시지다. 마크롱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 역시 그가 AI에 관심을 두고 이에 대한 메시지를 내니 프랑스의 AI 역량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김대중 대통령은 정보화 시대를 열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1998년 당선자 신분이었던 김대중 대통령(DJ)이 첫 번째로 초청한 외국 손님은 손정의 회장이었다. 당시 당선자 대변인이었는데 손 회장은 김 대통령에게 정보화와 초고속 인터넷, 모든 국민이 컴퓨터를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등을 제안했다. 김 대통령은 이를 뚝심 있게 끌고 나갔고 당시 5년 동안 2조 6000억원을 투자해 기본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인터넷 선도국가가 됐고 전자정부도 만들었다. 우리는 산업혁명에서 뒤처졌지만 정보화 혁명의 물결을 타고 이를 극복했다. 정보화 혁명에서 뒤처졌다면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없었다. 비록 산업화를 한 바탕에서 민주화와 정보화가 시너지를 낸 것이다. 그런데 이제 정보화 혁명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AI 혁명이 우리의 눈앞에 있다. 이제는 경쟁을 넘어 전쟁 중인 상태다.

윤 대통령은 DJ가 했던 것처럼 해야 한다. 정쟁의 늪에서, 김건희 여사의 늪에서 빠져나와 국가 미래를 위해 AI 이니셔티브를 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마크롱을 따라가야 한다. 위원장 세우고 장관과 교수들에게 임명장 준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예산도 뒷받침이 안 되고 있다. 심지어 올해에는 R&D 예산마저 깎지 않았나. 이래서 무슨 AI 3대 강국이 되겠나.

-정 의원도 AI 기본법을 준비하고 있다. AI 기본법에는 어떤 내용을 담을 예정인가?

▲검토 중인 AI 기본법에는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담을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관련 산업을 진흥하고 AI 사회의 신뢰 기반 조성에 필요한 내용 등이 골자다. 또 AI 산업 관련 외국자본 투자유치, 집적단지 지정 등에 관한 내용도 들어간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분야 창업을 지원하는 공공단체에 출연하거나 출자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나 데이터센터 구축·운영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중소기업·연구기관을 위한 데이터센터 이용 지원 사업 지원, 중소·벤처기업 도입 및 활용에 대한 교육 지원 등도 담는다. 또 이 과정에서 지역균형발전 등도 언급할 계획이다.

그동안 다른 의원들이 제출한 AI 기본법 등을 꾸준히 살펴봤다. 특히 사실상 정부안인 정점식 의원안에는 AI 관련 위원회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확충 방안에 관한 상황을 심의·의결할 수 있다는 딱 한 문장만 들어갔다. 우리가 낼 법안은 이를 더욱 구체화한 것이다.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AI 기본법에는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확실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존 법안들이 다루지 않은 부분을 제대로 담은 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방송 분야 때문에 AI 등 과학기술을 홀대한다는 비판이 있다.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과방위가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법은 물론 ‘AI 기본법’이다. 올해 12월 안에 AI 기본법을 통과시켜 본회의에서 처리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사실 21대 국회에서 AI 기본법을 처리했어야 했는데 그 일을 다 마치지 못했다. 정파적 이익이 국익을 압도한 나쁜 선례라고 할 수 있다.

국정감사가 끝났으니 이제 법안에 대한 심층 토론에 들어갈 것이다. 안전·보안 등 다른 이슈도 있지만 여기에 산업 진흥이라는 측면으로 균형을 맞췄으면 좋겠다. 완벽하게 만든다고 시간을 끄는 것보다 산업 진흥과 안전 등에 관한 핵심적인 내용을 담아 먼저 출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각국이 현재 AI 전쟁 중이다. 연말이면 성능이 100배로 좋아진 챗GPT도 등장한다고 한다. 이제 거의 6개월 단위로 기술이 진화하고 진보하고 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방송 분야도 매우 중요하다. 민주주의에서 핵심적 가치는 표현의 자유인데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 과방위가 맞서 싸운 결과 어느 정도는 막았다고 생각한다. 과방위가 무신경하게 있었으면 KBS 사장 교체, YTN 매각에 이어 MBC 장악 순서로 갔을 것이다. 싸울 건 싸워야 한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미래 먹거리로 AI를 언급하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AI 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최근 중진과 지도부 만찬이 있었다. 예산 국회가 시작하는 상황에서 검찰 활동비 등 불요불급한 정치적 예산과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심위·방통위 예산도 과감하게 삭제하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특히 AI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하자는 참석자들의 공감이 있었다.

-정동영 의원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신학자인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책에 나오는 정치란 약자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는 구절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정치가 작동하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적고 중산층의 나라가 된다. 정치가 잘 돌아가야 국운도 열린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 실종 상태다. 정치라는 게 옳고 그른 걸 따지기도 하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다. 결국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인데 지금은 갈등의 진원지가 정치인 것 같다. 정치의 핵심 중 제일 중요한 건 신뢰다. 국가에 대한 신뢰와 정치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이태원 유가족 입장에서 국가가 믿음직한 존재인가라는 의문이 있는 것이다. 정치 실종의 결과로 신뢰가 추락한 것이다.

국회는 매년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 꼴찌를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장 최하위가 용산(대통령실)이더라. 그 앞은 방통위였고 밑에서 3등은 검찰이었다. 놀랍지 않은 결과다. 공영방송을 장악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각인된 것이다. 방통위가 악명이 높아진 이유다.

윤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왜 대통령을 하고 있는지?’와 ‘왜 대통령을 하려고 했는가?’다. 대통령이라는 직업은 역사와 대화하는 직업이고 일거수일투족이 메시지다. 조선시대 임금은 하루에 3번 경연(經筵)을 했다. 조선시대 왕들이 했던 것처럼 윤 대통령도 AI를 공부하고 이를 통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정동영 국회의원은

정동영 의원은 MBC 앵커 출신으로 5선(15·16·18·20·22) 국회의원이다. 15대 국회에 입성한 뒤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에서는 의장을 지냈고 특히 참여정부 시절엔 1년 6개월 동안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개성공단은 정 의원이 통일부 장관 시절 결과물이다. 이후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때는 17대 대선후보로도 뛰었다. 정 의원은 과거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하는 등 대표적인 민생 친화 정치인으로 꼽힌다. 22대 국회에서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며 AI·모빌리티 신기술전략조찬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전자신문이 주최하는 디지털미래전략포럼에서 고문을 맡고 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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