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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대국민 약속, 이제라도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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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특별감찰관 도입에 올인하는 모양새

예측 불가능 ‘김건희 리스크’ 방지하기 위한 것

소수 여당, 무엇이든 생각해야 할 상황임이 분명

스스로 약속했듯이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해야

싱가포르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의 면담이 사실상 성과 없이 끝난 뒤 후폭풍이 거세다.

한 대표는 자신이 제시했던 ‘김 여사 관련 3대 요구사항(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해소)’이 거부된 것으로 보고, 특별감찰관 도입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도입은 원내 사안이라며 제동을 걸자, 한 대표는 당 대표는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고 되받아쳤다. 이른바 친한계와 친윤계도 이 논란에 가세하며 그동안 자제됐던 두 계파 간의 대립과 갈등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친인척 등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비위행위에 대한 감찰’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지난 8년간 공석이었던 이 직(職)을 한 대표가 이 시점에 새삼스레 도입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예측할 수 없는 ‘김건희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에게 기대할 수 없으니, 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인 특별감찰관 도입으로 돌파하려는 것이다.

이런 한 대표를 향해 ‘자기 정치를 한다’라거나 ‘독단의 정치’라고 비판하는 견해도 있다. 심지어 대통령실에서는 ‘집권당 대표로 정체성을 가지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 정체의 늪에 빠진 소수 여당으로서는 ‘김건희 리스크’를 해소하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생각해야 할 상황임이 분명하다.

이런 사실은 최근 실시된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금정구는 ‘보수 텃밭’이라 불리는 곳이었지만, 야권 단일화라는 민주당의 호재, 김 여사의 ‘명품백 무혐의’와 ‘공천개입 의혹’,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한동훈 공격 보도 사주’ 논란 등으로 인해 여권에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며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예상됐었다. 에브리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후보(45.8%)의 지지율이 국민의힘 후보(42.3%)보다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선거 결과는 국민의힘 후보의 22.07%p 차 압승이었다. 이런 예상외의 결과는 무엇보다도 한 대표가 용산과 각을 세우며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 ‘대통령실의 김 여사 라인 인적 쇄신 요구’ 등 김 여사와 관련된 논란을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이란 표현에서 보듯이 국민들은 정부와 여당을 한 몸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여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대통령이 잘못하면 선거에서 여당에 그 책임을 묻는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것도 윤 대통령 부부(윤 대통령 39.6%, 김 여사 21.6%)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말이다(필자의 9.26자 칼럼 참조).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를 턱걸이하고 있다. 24일 발표된 데일리안의 여론조사에서는 본지 여론조사 이래 역대 최저인 22.0%에 그쳤다. 다음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그보다 더 낮은 20%였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70%) 요인 중 1위가 김 여사 문제(15%)라는 것이다. 더구나 그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이처럼 김 여사 문제가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고, 국민의힘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에서 당 대표로서 그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눈 감고 귀 막고 있으면 그게 직무 유기고 무책임한 것이다.

물론 민감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등 한 대표의 접근법이 세련되지 못하다는 비판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전후 사정을 따져본 후에 판단할 일이다. 한 대표를 홀대하는 대통령실의 태도로 미뤄 보면 비공개적인 물밑 조율이 여의찮았었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데, 민생을 보살펴야 할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삶과 아무런 관계없는 김 여사 문제로 편 갈라 대립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너무 꼴사납다. 도대체 왜 국민들이 이런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김 여사가 약속했듯이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했더라면, 진작에 특별감찰관이 임명됐더라면 이런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야 합의가 필요한 특별감찰관 도입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김 여사가 약속한 대로 대통령 배우자로서 해야 할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 그것이 절대다수 국민의 뜻이다.

ⓒ

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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