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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후 돌파구’ 찾는 삼성… 1등 면모 드러낸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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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실적발표를 각각 마쳤다. 초미의 관심사인 반도체 부문에서 양사 희비는 엇갈렸다. SK하이닉스가 3분기 7조30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거둔 반면 삼성전자는 3조8600억원에 그쳤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SK하이닉스(15조3845억원)가 삼성전자(12조2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앞지른 순간이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834억원을 기록했다고 10월 31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3%, 277.4% 증가했다. 반도체 부문에선 시장 예상치(4조원대)보다 부진한 3조8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공개했다. 

1조원 이상의 일회성 비용과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의 적자를 제외하면 메모리 사업 만큼은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만년 2등’이던 SK하이닉스보다 3조원 이상 적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초유의 사건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 SK하이닉스에 밀릴 것이 유력해졌다.

앞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10월 8일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삼성전자는 10월 31일 열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반성을 넘어 돌파구를 모색하는 ‘절치부심(切齒腐心)’의 심정을 전했다. 경쟁 열위에 놓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 공정에서 구체적 개발·양산 계획을 전했다. 특히 HBM 베이스 다이 제조에선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와 협업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전력투구 방침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 콜에서 “HBM 매출은 전분기 대비 증가 폭이 70%를 상회했고 4분기에는 HBM3E 매출 비중이 50% 정도에 이를 것”이라며 “현재 HBM3E 8단, 12단 제품 모두 양산 및 판매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HBM3E(5세대) 제품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2025년 중 HBM4(6세대) 제품 개발과 양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HBM 퀄 테스트(성능 검증 과정) 통과도 암시했다. 삼성전자는 “HBM 주요 고객사의 퀄 테스트에서 중요한 단계를 통과했다”며 “4분기 중 판매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HBM 베이스 다이 제조와 관련해 고객 요구에 따라 자사 파운드리가 아닌 TSMC 등 경쟁사에 일감을 넘길 수 있다는 의중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복수 고객사들과 커스텀 HBM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커스텀 HBM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시켜야 한다. 베이스 다이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사업에선 “핵심 사업인 2나노 GAA 공정 프로세스디자인키트(PDK)를 고객사에 배포해 제품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며 “4분기 중 2나노 GAA 양산성 확보와 추가적인 경쟁력 있는 공정 및 설계 인프라 개발을 통해 고객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 이광영 기자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 이광영 기자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삼성전자보다 앞선 기술력과 양산 계획을 제시하며 사실상 ‘메모리 1위’의 면모를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7조3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0월 24일 공시했다. 증권가 전망치(6조7628억원)를 상회했다. 영업이익률은 40%에 달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조57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는 10월 24일 열린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 중 HBM3E 출하량이 HBM3을 넘어섰고 4분기는 예정대로 HBM3E 12단 출하를 시작한다”며 “D램 매출 성장 견인하는 HBM 매출 비중은 3분기 30%로 확대됐고, 4분기 4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우려에는 “앞으로 컴퓨팅 파워의 요구량이 늘어나고 계산 자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현 시점에서 HBM의 공급과잉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이어 “HBM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 난도는 더 커지고 있고, 고객 인증 여부 등과 같은 여러 요인을 감안하면 메모리 업계가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의 제품을 적기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BM 수요 증가로 평균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는 “당사 평균 HBM 가격은 2023년보다 상승할 것으로 본다”며 “D램 매출 구조는 HBM 비중이 연말 40%에 도달할 만큼 커지면서 사업 안정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HBM의 상대적으로 높은 평균판매단가(ASP) 고려하면 당사 블랜디드 D램 ASP는 일부 제품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개선세는 유지될 것”이라며 “HBM 사업 강화로 안정적 매출을 확보하면서도 수익성은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주도권을 쥔 만큼 2025년 하반기엔 HBM3E 12단 제품을 통해 수익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 HBM3E 비중이 HBM3을 넘어섰는데 2025년 하반기엔 시장 수요가 HBM3E 8단에서 12단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란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은 내년 상반기 8단 판매 물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며 내년 하반기엔 대부분 물량이 12단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당사는 단수 증가로 공정 난이도가 높아지는 만큼 순조로운 양산 위한 제반을 미리 준비했다. 고객과 협의로 12단 수요를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HBM3E 제품의 추가 수요에 대해선 레거시 선단 공정 전환을 통해 대응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TSV 생산능력을 2배 확보한다는 계획이 순조롭지만 늘어난 수요에 모두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HBM3E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HBM3와 DDR4 활용 레거시 테크를 선단 공정으로 전환해 수요 둔화되는 제품 생산을 줄이고 HBM3E 생산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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