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 시즌이 임박해지자 삼성과 SK그룹의 인적 쇄신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경영진의 대규모 교체가 예상된다. SK도 ‘사업 우선 순위 조정’과 ‘조직 슬림화’라는 리밸런싱 전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임원 감축 및 세대교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최대 수혜를 입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모양새다. 또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SK하이닉스가 3분기에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쓴 반면 삼성전자는 낮아진 시장 기대치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놨다.
삼성전자가 쇄신에 초점을 맞춘 인적 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지난해처럼 2년 연속 11월 조기 인사가 유력한 상황이다. 11월 말 혹은 이보다 앞당겨진 11월 초 사장단 인사 단행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를 유지하고 사장 승진이 2명에 그친 소폭 인사로 안정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올해는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말처럼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른 대규모 쇄신 인사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DS 부문 내 인사가 거론되는 인물은 2025년 상반기 임기 만료를 앞둔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다. 실적 부진을 감안하면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과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도 인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송재혁 CTO 겸 반도체연구소장도 거취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DX부문에선 사내이사인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뒀다.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의 임기도 2025년 상반기까지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은 2026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았다.
삼성 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남궁범 에스원 대표이사 등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뒀다.
SK는 올해 초부터 고강도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말 인사를 통한 대대적 인적 쇄신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인사에서 2017년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끈 조대식 의장을 비롯해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60대 부회장단 4인이 2선으로 물러난 것처럼 올해도 주요 경영진의 대규모 교체 및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리밸런싱 작업으로 통합을 앞둔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이미 일부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단행했다.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를 교체했고 조직 개편안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SK그룹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경영진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 박원철 SKC 대표이사(사장), 윤병석 SK가스 대표이사(사장) 등으로 대표이사급만 41명에 달한다.
리밸런싱에 따른 계열사 임원 감축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지오센트릭은 어려워진 화학 업황을 고려해 임원 수를 기존 21명에서 18명으로 14% 줄였다. 17일 발표된 SK에코플랜트 인사에서는 임원 수가 66명에서 51명으로 23% 축소했다. SK텔레콤과 SK온의 임원 감축에도
31일부터 3일간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SK그룹 CEO세미나에서 조직 슬림화와 효율화의 구체적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세미나에는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해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의 이번 연말인사는 리밸런싱이라는 기조 하에 경영진 교체 및 임원 감축에 방점이 찍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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