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469실’
아직 인천지역에 전자칠판이 설치되지 않은 초중고 교실 수로, 관련 제조업체들이 지역 시장에 몰려들어 과열 경쟁을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특정 업체들이 ‘자율적 구매 권한을 가진 학교만 구워삶으면 된다’는 인식을 갖고 공격적 영업을 펼치면서 현직 시의원의 부당 개입설이 제기되고, 더 나아가 교육계의 전자칠판 불신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 학교는 블루오션
30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인천지역 전자칠판 보급률은 올 8월 기준 9.5%에 그친다. 전체 교실 2만411실 중 1942실에만 전자칠판이 설치되고 나머지 1만8469실에서는 여전히 기존 녹색 칠판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4년간 인천 학교의 전자칠판 평균 구매 단가가 ‘640여만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1182억원 상당 구매 수요가 잠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천 보급률은 전국 17개 시·도 중 전자칠판 대신 스마트TV 설치에 집중하는 대구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다.
「표 참조」
세종은 이미 전자칠판 보급률 100%를 달성했고 그다음은 전북(76.6%)과 대전(74.1%), 전남(59.4%), 충남(58.4%) 순으로 높았다.
이에 전자칠판 제조업체들이 인천 학교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고, 최근 4년간 특정 업체 3곳이 전체 보급량의 77%를 점유하는 독점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관련기사: [탐욕으로 병든 전자칠판] (중) 전자칠판 업체 3곳 독점 형태…’시의원 개입’ 가능성
업계 관계자는 “2년 전만 하더라도 인천에 사업장을 둔 전자칠판 제조업체가 2곳에 불과했는데 최근 7곳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전자칠판을 팔아 챙기는 이득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자칠판 한 대당 마진율은 약 35%로 알고 있다”며 “부품비와 소프트웨어 설치비, 배송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이 이익으로 남는 거로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학교 재량권, 부정 결탁 야기
일선 학교에서 전자칠판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에서는 전자칠판 등 물품에 대해 학교별 자율 구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각 학교는 교직원 5~10명으로 구성한 ‘물품선정위원회’를 통해 구입할 제품을 선정한다.
총 구매 비용이 1억원 미만인 경우 제3자 단가계약 방식으로 진행되며 전자칠판의 경우 최근 4년간 전체 구매 건수의 78%가 이 같은 계약 방식으로 납품이 이뤄졌다.
구체적으로는 물품선정위가 3~5개 제품 후보군을 두고 학교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물품 선정 평가 기준에 따라 제품을 선정한다. 평가 항목(100점 만점)은 △객관적 평가 △주관적 평가 △가격 평가 등이며 세부 항목에 따른 배점은 학교가 결정한다.
또 1억원 이상이면 다수공급자계약 방식으로 납품이 이뤄지며 이 역시 평가 방식을 학교가 결정할 수 있다.
일부 업체들은 이런 학교의 재량권을 악용해 전자칠판 사업을 수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인천 초중고에 가장 많은 전자칠판을 납품한 P사 출신 관계자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서울 강동구갑) 의원실에 “입찰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제조사에서 제품 시연도 안 하고 비교 견적서 같은 걸 준다. 서류를 가져다준 다음엔 본인 회사를 선정하도록 만든다”고 폭로했다.
차성수 인천YMCA 사무처장은 “학교들이 자의적으로 설정하는 물품 선정 평가 기준으로 납품업체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현직 시의원과 업체 간 결탁을 야기하는 근본적 원인”이라며 “일괄 구매 방식 등 다양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회진·홍준기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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