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최초로 입식 주방문화를 도입하며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에넥스가 한국ESG기준원의 ESG평가에서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SG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결과가 점점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수년간 이어져오고 있는 실적 개선 과제에 더해 또 하나의 과제가 더해지며 오너 2세 박진규 회장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지게 됐다.
◇ ‘B→C→D’… 결국 최하등급까지 추락
지난 25일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2024년도 ESG평가 결과에 따르면, 에넥스는 통합 D등급을 부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부분별 평가결과는 환경 C등급, 사회 D등급, 지배구조 D등급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ESG평가기관인 한국ESG기준원은 평가결과를 S, A+, A, B+, B, C, D 등 7개 등급으로 분류하며, D등급이 가장 낮은 등급이다. 이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해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됨’을 의미한다.
올해 평가대상에 포함된 코스피 상장사 794곳 중 절반 이상은 통합 B등급 이상을 부여받았다. 반면, 최하등급인 통합 D등급을 부여받은 기업의 비중은 26.4%로 나타났다.
이처럼 올해 한국ESG기준원의 ESG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든 에넥스는 전반적인 추세에 있어서도 후퇴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2020년과 2021년 통합 B등급이었던 것이 2022년과 지난해 C등급으로 떨어진 데 이어 결국 최하등급까지 추락했기 때문이다. ESG경영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는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로써 에넥스를 이끌고 있는 오너 2세 박진규 회장은 무거운 과제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됐다.
에넥스는 2019년을 기점으로 매출이 뚜렷하게 감소했을 뿐 아니라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2018년 4,456억원이었던 연간 매출액이 2021년 2,017억원으로 반토막났을 정도다. 또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행진이 지속됐으며,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은 542억원에 달했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실적 부진은 박진규 회장이 ‘2세 시대’를 본격화한 직후 시작됐다. 에넥스는 창업주 고(故) 박유재 명예회장이 2019년 공동대표 및 등기임원에서 물러나고, 박진규 회장이 단독 대표 체제를 구축하며 회장으로 승진해 진정한 2세 시대에 돌입한 바 있다. 그런데 바로 이때부터 적자행진 등 실적 부진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박진규 회장은 실적 개선 및 흑자전환을 줄곧 강조해왔으나 5년 연속 적자는 막지 못했다.
다만, 올해는 긍정적인 변화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1,274억원의 매출액과 2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를 기록 중인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경우, 에넥스는 2018년 이후 6년 만의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같은 시점에 ESG경영 확립이란 또 다른 까다로운 과제를 마주하게 된 모습이다.
한편 시사위크는 한국ESG기준원의 ESG평가 결과에 대한 에넥스 측 입장과 향후 ESG관련 추진 계획 등을 문의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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