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인 이춘식(104)씨가 ‘제3자 변제’ 방식의 피해 배상 방법을 수용했다고 밝혀진 가운데, 이씨의 장남은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하 평화행동)은 3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후문 앞에서 2018년 있었던 승소판결에 대한 매각명령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평화행동은 “6년이 지나도록 대법원의 판결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오늘, 우리는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이춘식 할아버지의 절박한 심정을 담아 다시 대법원 앞에 섰다”며 “대법원판결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와 피고 전범 기업, 한국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사죄와 배상은커녕 ‘국제법 위반’이라며 판결의 이행을 방해하고 대한민국의 사법 주권을 무시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사법 주권을 포기하고,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위헌적인 제3자 변제안으로 피해자들의 인권을 짓밟고 판결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지금이라도 대법원판결을 존중하고 하루빨리 판결의 이행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10월 30일 이 같은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뒤, 윤석열 정부는 일본 기업의 반발을 가라앉히고자 ‘제3자 변제안’을 내놓았다. 해당 변제안은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이 기부금을 걷어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대신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날 오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 등에 따르면 이춘식씨 측은 재단으로부터 대법원의 징용피해 손해배상 승소판결에 따른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받아들였다.
강제노역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씨와 양금덕씨(96)는 피고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제3자 변제안을 반대하며 배상금 수령을 거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앞서 지난 23일 피해자 양씨가 판결금 등을 수령한 데 이어 30일 이씨도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하며 생존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모두 정부 해법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로써 생존한 피해 당사자는 전부 변제안을 수용해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 중 정부 해법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피해자인 고(故) 정창희씨와 고(故) 박해옥씨의 유족으로 줄게 됐다.
다만 이 같은 배상금 수령 결정이 이씨 본인의 명확한 의사에 따른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씨의 장남 이창환씨는 이날 오후 2시경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동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춘식 어르신이 제3자 변제를 수령했다는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그는 “이춘식 어르신의 자녀 중 일부가 최근 재단과 접촉해 제3자 변제 수령 여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저는 반대 입장이었다”면서 “형제들이 어제 서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에 이를 상의하기 위해 이날 광주로 향할 예정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오늘 점심 경 뉴스를 통해 이춘식 어르신이 판결금을 지급받았다는 내용을 갑작스럽게 알게 됐다”며 “이춘식 어르신은 얼마 전부터 노환과 섬망증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런 상황에서 이춘식 어르신이 제3자 변제에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를 했다는 것이 아들로서는 납득되지 않는다”며 “누가 서명을 한 것이고 돈을 수령했는지도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취소할 수 있는지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해 원고들이 청구한 1억원의 위자료를 모두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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