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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한동훈, 당정 차별화 속 ‘갈등 해소’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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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30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로 불렸던 그는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을 공개 요구하면서 당정 차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겠다던 약속대로 민심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와 정치적 리더십 부재로 여권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당정 갈등 해소는 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한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아 민생 정책 구상과 당 운영 쇄신 방향 등을 담은 비전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원 최고위원, 추경호 원내대표, 한 대표.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원 최고위원, 추경호 원내대표, 한 대표. /뉴스1

◇수평적 당정관계 재정립 vs 정치적 리더십 부재

한 대표는 지난 6월 23일 당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으로 쇄신하겠다”고 약속했다. 당 지도부가 지난 2년간 9차례 교체될 정도로 당 운영이 불안정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정무적인 결정에 대해 당이 합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건강한 관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 대표는 취임 이후 해병대원 특검법,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문제, 의료공백 장기화 해법, 김건희 여사 문제 등 핵심 현안에서 목소리를 내며 대통령실과 부딪혔다.

10·16 재보궐선거 승리를 기점으로 목소리는 더 거칠어졌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선 김 여사 관련 3대 조치(김 여사 공개 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김건희 라인 등 대통령실 인적 쇄신)를 공개 요구했다. 사실상 거부당하자 야당의 북한인권재단이사 추천과는 별개로 특별감찰관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가족과 측근 비위행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은 김 여사 문제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게 한 대표 측 입장이다. 한 대표가 꺼낸 ‘특별감찰관’ 카드에 한차례 홍역을 치른 여권은 이르면 다음 주 의원총회를 열어 갑론을박을 벌일 예정이다.

한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민심과 다른 길을 가면, 한쪽에서 견고하고 단호하게 민심의 길로 견인해야 한다”고 약속했던 ‘수평적 당정 관계 재정립’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정치 신인’ 한 대표의 거친 소통방식이 여권 혼란을 초래하고 야당에 탄핵 공세 빌미를 주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권영세·김기현·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 중량급 여권 인사들은 한 대표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29일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과 당 대표의 내분만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여당을 향해선 “정부 정책을 적극 뒷받침하면서 현안 해결에서도 갈등 심화가 아닌 당 안팎의 중지를 모으기 위한 소통에 나서달라”며 당정 갈등 해소를 촉구했다. 이들은 또 “최고 권력자 주변에서 발생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정치권이 그 문제에만 매몰돼 본질을 소홀히 하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연일 김 여사 문제를 지적하는 한 대표를 정조준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부산 금정구 노포 오시게시장에서 열린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 시장인사 및 집중유세에서 추경호 원내대표, 윤 후보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부산 금정구 노포 오시게시장에서 열린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 시장인사 및 집중유세에서 추경호 원내대표, 윤 후보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재보궐 선거 2곳 승리 이끌었지만…민생·개혁 성과 미미

지난 16일 재보궐선거에서의 텃밭 수성은 한 대표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김 여사 관련 각종 의혹과 명태균 사태, 의정갈등 장기화 등 대통령실발 악재가 쏟아졌지만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압승했다.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며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선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민생과 개혁 분야에선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여권 내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표적인 것이 제3자 특검 추천 방식의 ‘해병대원 특검법’이다. 한 대표는 당대표 출마선언 당시 별도의 조건 없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내부 반발에 막혔다. 의정갈등 해법으로 제시한 ‘2026학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나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도 당정 갈등 여파와 야당과의 대치 속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집권여당의 한계라는 입장도 있다. 친한(한동훈)계 한 의원은 “여당이다 보니 정책은 정부에서 더 주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여당 대표의 주된 역할은 정부 정책이 국민과 같이 갈 수 있도록 계속 민심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이 이 부분을 어느 정도 좋게 평가해줬다고 본다”고 했다.

주요 정책 현안에서 ‘한동훈표 비전’이 아직 나오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한 대표는 출마 선언 당시 “저출산, 인구감소, 지방소멸, 연금개혁 등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전을 차례로 제시하겠다”고 했었다. 연금개혁의 경우 한 대표는 지난 9월 “이번 정기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모수개혁부터 확실히 논의를 완료해야 한다”고 의지를 밝혔지만 여야 대치 국면 속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여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당 운영 구상과 여러 비전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변화와 쇄신을 위해 100일 동안 밑작업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밑작업을 마무리하고 우리가 정책정당으로서, 유능한 정당으로서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도 이날 당정 협의회에서 “이제 3년차부터는 정부가 추구한 성과를 하나씩 국민께 체감시켜야한다”며 “우리의 정책적 노력이 민생에서 성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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