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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번째 이전…이태원 참사 2주기지만 여전히 정착 못한 ‘추모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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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2주기인 29일 서울시청 인근 부림빌딩 1층에 자리 잡은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인 ‘별들의 집’의 모습. ⓒ투데이신문 <br /><div  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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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2주기인 29일 서울시청 인근 부림빌딩 1층에 자리 잡은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인 ‘별들의 집’의 모습.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흘렀음에도 참사를 기리는 추모공간은 여전히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위치한 세 번째 추모공간은 다음 달 초 이전을 앞두고 있다.

2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청 인근 부림빌딩 1층에 자리 잡은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인 ‘별들의 집’은 다음 달 3일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는 부림빌딩과의 계약이 11월 2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부림빌딩은 서울시가 1∼2층을 기부채납 받아 소유 중인 건물로, 올해 말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이번 계약 만료로 인해 추모 공간은 벌써 3번째 이전을 하게 됐다. 첫 번째 공간은 2022년 10월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에 조성된 시민 합동 분향소였다. 이후 유족들은 참사 100일째인 지난해 2월 서울광장 앞에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시가 분향소를 불법 건축물로 판단하면서 양측은 장소 이전을 놓고 여러 차례 충돌했다.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 가능성이 명확해질 때까지 서울광장에서 분향소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반면 서울시는 불특정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해야 하는 광장임에도 유가족 측이 불법적으로 고정 시설물을 허가 없이 설치한 것으로 판단해 규정상 분향소 설치는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 과정에서 서울시와 유가족 측 대리인이 54차례 면담하는 등 대화를 이어간 끝에 장소 이전에 합의에 성공했다.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차린 지 499일 만인 6월 중순 부림빌딩 1층 실내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해당 공간에 대해 “분향소가 아니라 참사의 아픔과 희생에 대해 기억하고 유가족 간 위로와 치유, 소통의 공간이자 시민들을 만나고 연대하는 공간으로도 조성·운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별들의 집은 다음 달 3일 서울 광화문 경복궁 인근의 한 민간 빌딩 1층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태원 참사에 대한 내용을 알리는 공간과 시민들이 기록한 추모 메시지를 볼 수 있는 자리도 만들어질 전망이다. 공간 조성은 서울시가 담당하며 실질적인 운영은 유가족 측이 맡는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이사 갈 곳도 임시 공간인 점이다. 정식 추모공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태원참사특별법 시행령도 만들고 국무총리실 산하 추모위원회도 구성해야 하는데, 관련 협의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앞서 특별법이 통과된 세월호 유족들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다음 달에야 경기 안산에 정식 추모공간을 마련하게 됐다.

현재 서울시는 유족 측에 이전 공간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안을 제시하고 최종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도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유족들과 만나 “서울시와 행정안전부가 유가족 대표들과 협의해 괜찮은 공간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앞으로 무리 없이 잘 이전될 수 있도록 서울시, 행정안전부와 챙겨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인 29일 서울시청 인근 부림빌딩 1층에 자리 잡은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인 ‘별들의 집’의 외관. ⓒ투데이신문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인 29일 서울시청 인근 부림빌딩 1층에 자리 잡은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인 ‘별들의 집’의 외관. ⓒ투데이신문 

전문가들은 추모공간이 혐오의 공간이 아닌 사회를 연결하고 학습하는 공간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진주교대 교육학과 박수억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유가족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을 때 또 다른 울타리가 필요한데,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공간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더 나아가 유가족들은 물론 시민들의 입장에서도 추모공간은 대단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홀로코스트 기념관이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 비록 자신들의 나라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나치의 참상들을 간접 체험하면서 이런 일들이 다시는 역사에서 반복되지 않아야 된다는 것들을 학습하고 있다”며 “또한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존재 이유를 깨닫기 위해서는 기억·추모공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추모공간 마련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했다. 박 교수는 “다른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유가족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창구가 마련돼야 하며 추모공간이 시설물의 형태로 자리 잡기 위한 법·제도적 지원들 뒷받침해 정착시켜줘야 한다”며 “일부는 추모공간들에 대해 혐오하거나 거부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정부와 정치권에서 설득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와 더불어 시민들의 진정한 참여 공간으로 발전되고 확대될 수 있도록 설계 및 운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지리학과 신혜란 교수도 “추모공간은 큰 힘을 가지며 기억은 공간을 통해서 생존한다”며 “사회적인 참사가 발생했을 때 그것에 대한 기억은 개인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공공으로 공유되기 때문에 추모공간은 사회를 연결시키며 추모에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공간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는 추모 공간 조성은 물론이고 그에 따른 사과를 해 진정정 있는 국가의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정부로서 사회적 참사를 책임지는 방법이며 유가족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현행 법을 개정해 참사 추모 공간 지원을 의무화하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재난안전법상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에서 합동 분향소 등 추모 사업 비용을 국고로 지원이 가능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는 상태다.

투데이신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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