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국회 의원회관에서 추모제를 열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한편 재발 방지와 진상규명을 위한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 지원을 약속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2주기 국회 추모제’에서 “국가의 책임이 부재했던 시간이었다. 기막힌 슬픔과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낸 유족과 피해자에게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자리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120여 명도 함께 했다.
우 의장은 “어떤 은폐와 왜곡, 지연과 방해 없이 특조위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해 국회가 역할하겠다. 그리하여 여러분과 함께 진실을 밝히는 길로 나아가겠다”며 “희생자와 피해생존자들에게 우리 사회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시간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여야 지도부는 한 목소리로 특조위 활동 지원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우리 아들,딸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너무나 미안하고 큰 책임을 느낀다”며 “특조위가 독립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국가는 왜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나. 참사 이후 대응은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나. 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가.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라며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정부의 무대책과 무능력, 무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정부의 책임 회피를 지적했다.
그는 “10.29 이태원 참사가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참사 이후 정부의 수습 과정도 너무나 무능했다. 책임져야 마땅할 권력은 여전히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조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국회가 온 마음을 모아야 한다”며 “참사의 진상이 명백히 규명되고 책임자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어 유가족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다시는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가장 진정성 있는 추모는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는 일”이라며 “국회는 무거운 책임으로 특조위의 역할에 힘을 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법의 한계가 결코 진상규명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며 “필요하다면 특별법을 개정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오늘 윤석열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촉구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질하고 책임자에 제때 책임을 묻지 않은 것에 대해 유족과 국민 앞에 겸허히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양당 대표들은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SNS를 통해 추모 메시지만 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백 쉰 아홉분의 명복을 빈다. 시민의 안온한 일상이 지켜지지 못했다”며 “여전히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말의 파편들이 국민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절대 이러한 비극적인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더 노력하겠다. 진심으로 애도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날 국가는 없었다. 국가가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지켜줄 것이란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며 “그 막중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끝까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의 길에 앞장서겠다고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귀한 목숨이 희생되는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힘을 모으겠다. 특히 ‘꼬리 자르기’식 책임 회피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디”고 밝혔다.
추모식에 참석한 유족과 생존자 등 피해자들은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정치권의 노력을 당부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국회에 도착했을 때 가로수에 묶여있는 보라색 목도리를 보면서 울컥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며 운을 뗐다.
이 위원장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국회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며 이제 막 첫 발을 뗀 이태원 참사 특조위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를 잃은 만큼이나 우리 유가족들을 짓누르고 참담하게 만들었던 순간이 있다. 그것은 2차 가해”라며 “이태원 참사로 고통받았던 생존자와 목격자들, 이들도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2차가해로 그 아픔을 감추고 자신을 드러내기를 주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사 생존자 이주현씨는 “피해자, 생존자로 봐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피해 사실을 숨기는 데 익숙해진 이들이 많다”며 “수동적인 피해자 조사가 아닌 한명 한명 찾아가는 적극적인 피해자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도 159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과 생존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추모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참사 당일 112신고가 처음 접수됐던 시각인 저녁 6시 34분에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있는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이태원 참사 2주기를 기억하는 ‘행동독서회’가 개최된다. 저녁 7시 서울 녹사평역 광장에서는 시민들이 남긴 추모와 애도의 메시지를 함께 읽고 기억하는 ‘추모 메시지 낭독문화제’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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