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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딸 먼저 보낸 엄마가 키친타올에 고이 싸 보관한 것: 눈물이 왈칵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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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 다시 꺼내봤어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오지민씨의 어머니가 딸의 자취방을 정리하며 모은 머리카락과 손톱.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오씨의 어머니 김은미씨 자택에서 촬영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한겨레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오지민씨의 어머니가 딸의 자취방을 정리하며 모은 머리카락과 손톱.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오씨의 어머니 김은미씨 자택에서 촬영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한겨레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오지민씨가 자취방에 보관하던 곤약젤리.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한겨레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오지민씨가 자취방에 보관하던 곤약젤리.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한겨레

김은미씨는 지난 2022년 너무 빨리 작별한 딸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두꺼운 키친타월에 고이 접어 비닐 지퍼백에 넣어두었다. 가슴이 아파 꺼내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딸의 흔적이라면 채 다 먹지 못한 곤약 젤리도 버릴 수 없었다. 김씨의 딸 오지민씨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 중 한 명이다.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김씨의 자택을 방문해 고인의 유품을 촬영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오지민씨가 참사 당일 지녔던 소지품과 어머니 김은미씨가 딸의 자취방을 정리하며 모은 머리카락과 손톱.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한겨레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오지민씨가 참사 당일 지녔던 소지품과 어머니 김은미씨가 딸의 자취방을 정리하며 모은 머리카락과 손톱.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한겨레

딸이 그날 들었던 검은색 가방엔 쿠션, 립스틱, 아이라이너, 핸드크림이 있었다. 주머니엔 풍선껌과 영수증이 있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에 꼈던 반지 두 개, 하트 모양 귀걸이도 현장 채증물 지퍼백에 담겨 돌아왔다. 입었던 옷은 딸의 영혼을 위해 태웠다. 그날 이태원을 걸어 다녔던 신발은 딸의 친구에게 줬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오지민씨가 키우던 화분과 사용하던 소파.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한겨레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오지민씨가 키우던 화분과 사용하던 소파.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한겨레

김씨는 딸을 편안하게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다른 가족은 장례 치를 때 아이 머리카락을 잘라서 집에 보관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왜 그 생각을 못 했는지 모르겠어요.” 딸이 살던 자취방을 정리하며 머리카락과 손톱을 모아 가져왔다. 그 집에 있던 화분과 소파도 가져와 집안 한 쪽에 예쁘게 꾸며뒀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오지민씨가 어린 시절 생일잔치를 하던 날 집에서 찍은 사진. 어머니 김은미씨는 “이날 지민이가 사라졌었는데 인근 파출소에서 찾았었다”며 “그러고도 이렇게 해맑게 웃는 게 너무 귀엽다. 이 사진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한겨레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오지민씨가 어린 시절 생일잔치를 하던 날 집에서 찍은 사진. 어머니 김은미씨는 “이날 지민이가 사라졌었는데 인근 파출소에서 찾았었다”며 “그러고도 이렇게 해맑게 웃는 게 너무 귀엽다. 이 사진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한겨레

엄마는 여전히 사람을 만나는 게 힘들다. 집에서 딸의 어릴 적 모습을 볼 수 있는 앨범을 넘겨보며 커피를 마신다. 마음이 힘든 날에는 딸의 절친한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저녁을 먹는다.

“작년 지민이 생일 때 친구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사진을 모은 앨범을 만들어줬어요. 어릴 때 말고는 부모랑 사진을 많이 안 찍으니까 그게 너무 고마웠어요. 참 좋은 친구들이에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오지민씨의 어머니 김은미씨가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자택에서 반려견 봄이를 안고 딸을 기리는 소품들 앞에 서 있다. 김씨는 “지민이가 하늘에서 봄이를 보면 너무 좋아할 것 같아요. 봄이를 많이 보고 싶어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한겨레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오지민씨의 어머니 김은미씨가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자택에서 반려견 봄이를 안고 딸을 기리는 소품들 앞에 서 있다. 김씨는 “지민이가 하늘에서 봄이를 보면 너무 좋아할 것 같아요. 봄이를 많이 보고 싶어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한겨레

거실 한 쪽엔 딸을 기리는 사진과 그림, 소품들이 놓여 있는 장식대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생일엔 제가 지민이 이니셜을 새긴 반지와 목걸이를 선물했어요.” 엄마는 가끔 외출할 때 그 반지를 끼고 딸을 느낀다.

한겨레 김영원 기자 /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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